'돌풍' 이현호 "1군 이유 증명하고 싶었다"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08.18 05: 55

모처럼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현호(23, 두산 베어스)가 완벽에 가까운 피칭으로 자신의 가치를 확실히 알렸다.
이현호는 지난 17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6이닝 1피안타 3탈삼진 1볼넷 무실점 호투해 승리투수가 됐다. 이번 시즌 개인적 목표라고 했던 데뷔 첫 선발승의 꿈이 고향인 인천에서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사실 지난해까지 몸담았던 상무에서는 기량을 마음껏 펼치기 어려웠다. 지난 시즌 퓨처스리그 12경기에서 2승, 평균자책점 4.62를 올린 것이 전부. 이현호는 "원래 상무에 좋은 선수가 많지 않나. 부상은 없었는데 성적이 안 좋았고, 제구 기복이 심한 편이었다"라고 말하며 당시를 떠올렸다.

하지만 올해를 놓고 보면 자신에게 다가온 기회를 꽉 잡은 실력자다. 스스로도 시즌을 앞두고 발생한 더스틴 니퍼트의 골반 통증으로 인해 개막 엔트리에 들었다고 말한 적이 있을 만큼 행운이 따랐다 했지만,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면 그런 행운이 왔는지도 모르고 지나치는 법. 그만큼 그는 준비된 자원이었다. 유희관의 부상으로 생긴 이재우의 선발 등판 경기가 우천 취소되자 김태형 감독은 몸을 충분히 풀어둔 이재우의 피로도를 감안해 선발을 이현호로 교체했는데, 이것이 적중했다.
선발로 승리를 거둔 뒤 이현호는 "선발로 나간다는 걸 우천 취소 되고 난 직후에 들었다. 평소와 똑같이 하자는 생각은 했는데 몸이 마음대로 되지 않아 어제 잠을 잘 못 잤다. 욕심은 있었지만 선발로 준비를 해뒀던 상태가 아니라 그냥 길게 던지는 첫 번째 투수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양)의지 형이 '네 공이 제일 좋다. 피해가려고 하지 말아라'고 얘기해줘서 빠른 공 위주로 던졌다. 투수 유형에 맞게 리드를 잘 해주셔서 감사한다"며 호흡을 맞춘 양의지에게도 감사를 표했다.
이날의 호투로 2승 2홀드, 평균자책점 4.23이 된 이현호는 어느덧 1군 생활에도 많이 적응했다. 첫 1군 풀타임 시즌을 보내고 있는 느낌이 어떤지 물었더니 "감독님이 (유)희관이 형과 (장)원준이 형을 제외하고는 다 경쟁을 시키셨고, 시즌을 치르면서 각자 맞는 보직에 자리를 잡게 해주신 것 같다. 실력이 좋아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제 조금 적응을 하면서 (1군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하는 단계인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드러냈다.
2015 시즌 이루고 싶었던 선발승이라는 꿈은 이뤘다. 이제 다음 목표를 설정할 시간. 이현호에게 새로운 목표가 생겼는지 묻자 "남은 기간 다치지 않고 1군에 남아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들어가는 것이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개막 엔트리 진입에 성공한 뒤 한 번도 퓨처스리그에 내려가지 않았던 투수의 목표라고 하기엔 그리 크게 보이지만은 않아 다소 의문이 생기기도 했다.
선발승을 올린 뒤 꼭 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냐는 질문에 그는 "팀 내 좌완이 많아 입지가 좁았는데, 감독님이 나를 1군에 데리고 있는 이유를 증명하고 싶었다"고 명쾌히 말했다. 그제야 그의 목표가 그리도 소박했던 까닭을 알 수 있었다. 존재의 이유를 피칭이라는 방법으로 만천하에 알렸기에 특별히 더 큰 바람이 필요하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nic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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