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사과였다. 국가대표 소집 기간 중 음주운전과 함께 교통사고를 내며 물의를 일으켰던 김민구는 18일 구단 보도자료를 통해 자신의 잘못을 뉘우쳤다.
김민구는 구단을 통해 "KBL 및 농구 관계자, 농구를 사랑하시는 팬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밖에는 드릴 말씀이 없다"며 "음주운전은 정당화될 수 없는 행위기 때문에 어떠한 징계라도 받겠다"는 뜻을 전했다.
KCC는 "스포츠 정신에 어긋나는 음주운전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스포츠 정신 교육 강화와 함께 음주운전 행위를 근원적으로 차단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여론은 김민구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일단 분명 문제가 크다는 점이다. 지난 시즌을 완전히 쉬면서 많은 반성을 했지만 분명 김민구는 자신의 입장을 전혀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연습경기에 출전하고 2015 프로-아마 최장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면서 그에 대한 분위기는 더욱 얼어 붙었다.
그동안 김민구와 KCC는 일언반구 없었다. 또 김민구는 사과문을 발표한 뒤에도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다만 KCC 구단과 추승균 감독만 선수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내고 있다.
논란이 생긴 것은 프로-아마 최강전 첫 경기서 추 감독이 김민구를 출전 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서 비롯됐다. KGC와 경기를 펼친 뒤 추승균 감독은 "김민구에게 출전 기회를 줄 생각이다. 아직 완벽한 몸상태는 아니지만 감각을 끌어 올리라는 생각으로 보낼 생각이다"고 밝힌 바 있다.
정확한 입장표명이 없어 논란이 생겼다. 분명 국가대표로 책임을 다하지 않은 채 사고를 일으킨 상황에서 소속팀에서도 아무런 문제의식을 갖지 못한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18일 사과문을 발표한 뒤 구단은 명확한 입장을 내놓았다. KCC 최형길 단장은 "문제가 발생한 뒤 김민구는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했다. 단순히 농구를 하지 못하는 것 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도 못했다. 정신적 충격을 받아 여러가지 치료도 받았고 그에 따라 심리적으로 굉장히 불안했다. 여전히 얼굴을 못 들고 다닐 정도다"고 밝혔다.
또 최 단장은 "개인적으로는 정말 아쉽다. 그러나 인간적으로 그를 버릴 수 없다. 특히 1년 동안 심적으로 정말 고생을 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구단 자체 징계 등에 대해서는 크게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리고 사과문 발표에 대해서는 "이번 대회가 열리기 전 미리 사과의사를 밝히지 않은 것은 구단의 잘못"이라고 대답했다.
추승균 감독도 답답한 심정을 나타냈다. 추 감독은 "현재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다. 농구를 하라는 것이 아니자 정신적으로 안정감을 찾으라고 훈련을 함께 했다. 연습 경기에 나선 것도 그런 의미다. 이번 대회에도 기회가 생기면 내보낼 생각이었다. 그 점은 경기력을 끌어 올리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더 끈을 이어갈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어서 고려했다"고 말했다.
KCC는 선수에 대해 읍참마속의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실행은 하지 못했다. 그러나 논란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국가대표의 의무를 완전히 내버린 김민구가 경기에 나서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음주운전 후 사법처리까지 당한 상황에서 아무런 책임 없이 경기에 나선다면 앞으로 다른 선수들에게 동일한 잣대를 들이댈 수밖에 없다. 이는 단순히 KCC에서의 활약이 문제가 아니다. 특히 국가대표 합숙중에 음주운전에 이어 교통사고를 일으켰다. 더욱 심각할 수밖에 없다.
종목은 다르지만 지난 2007년 축구 대표팀도 아시안컵 출전 중 음주파문이 일어났다. 경기 후 선수들이 음주를 하면서 생겼던 문제다. 당시 이운재와 우성용 등은 추후 발견된 문제에 대해 석고대죄 했다. 또 대한축구협회도 이들에게 국가대표 자격정지 1년이라는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김민구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야기가 없다. 대한농구협회와 KCC도 그가 벌인 문제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선수 본인이다. 경기에 나서기 위한 사과문 발표로 보여지지만 경기 시작전에도 그는 아무런 이야기가 없었다.
구단이 원하지 않더라도 분명 김민구는 자신의 의지를 통해 농구팬들에게 사과를 해야 했다. 인간적인 고통을 당한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나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기 때문에 분명 일벌백계 및 본인의 깊은 사과가 나와야 한다.
특히 이날은 김민구가 졸업한 경희대와 KCC가 경기를 가졌다. 후배들에게 자랑스러운 선배는 아니더라도 책임감 있는 선배로의 모습이 필요했다. / 10bird@osen.co.kr
잠실학생체=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