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농구를 포기했던 김민구(24, KCC)가 다시 코트에 섰다.
김민구는 18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벌어진 ‘2015 KCC 프로-아마 최강전’ 2라운드 KCC 대 경희대전 4쿼터 중반 코트를 밟았다. 지난 6월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내 물의를 일으킨 뒤 첫 공식경기 출전이었다.
김민구는 김태홍에게 날카로운 패스를 찔러주는 등 농구센스가 여전했다. 수비리바운드를 잡은 김민구는 직접 치고 들어가 3점슛을 시도했다. 공은 정확하게 림을 갈랐다. 그는 비록 부상후유증으로 하체의 운동능력을 잃었지만 상체는 여전히 A급 선수였다. 6분 51초를 뛴 김민구는 3점, 3리바운드, 1어시스트로 경기를 마쳤다.

경기 후 김민구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그는 “일단 사과드리고 싶다. 다시 뛸 수 있는 기회를 기다렸다. 그것만 꿈꿔왔다. 1년이란 시간이 지나고 다시 서려니까 감회가 새롭다. 벅차오른다”며 고개 숙여 팬들에게 사죄했다.
사고를 낸 후 김민구는 어떻게 생활했을까. 경기 전 라커룸에서 추승균 감독과 최형길 KCC 단장을 만나 그간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최형길 단장은 “옆에서 보는 사람들이 더 힘들었다. 김민구가 농구를 포기한 적도 있었다. 그 때 ‘그만두더라도 코트에서 그만둬라’고 다그쳤다. 엔트리 등록을 하기 전에 김민구를 사과시키지 못한 것은 구단의 잘못”이라며 책임을 통감했다.
사고 후 김민구는 1년 동안 농구공을 놓고 폐인처럼 지냈다고 한다. 대인기피증이 생겨 외부인을 만나는 경우도 거의 없었다. 추승균 감독은 “1년은 자포자기로 보냈다. 재활도 못했다. 본인이 너무 힘들어했다. 보다 못해 안 되겠다 싶어서 팀 훈련에 합류시켰다. 동료들과 함께 훈련했더니 그래도 조금 밝아졌다”며 한숨을 쉬었다.
재기의 동기는 무엇이었을까. 김민구는 “내가 다치고 작년 11월, 12월에 제주도에 혼자 있었다. 그때 마음도 울적해서 혼자 갔다. 그렇게 혼자 있으면서 생각한 것이 있다. 형들이 시합하는 것을 TV로 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고 후회가 많았다. 그 때 나도 빨리 해명하고 싶고, 죄송하다고 빨리 하고 싶은데 그 말씀을 드리기 힘들었다. 그 이유는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고 뛸 수 있을 때 입장해명을 하면서 사과드리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팬들도 조금이나마 ‘김민구가 돌아올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응원도 해주실 것 같았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민구는 KBL과 대한농구협회 차원에서의 징계는 피할 수 없을 전망. 김민구는 “어떤 징계도 받아들이겠다”며 겸허한 태도를 보였다. 김민구가 정당한 죗값을 치르고 예전의 탁월한 기량으로 다시 코트로 돌아올 수 있길 팬들은 기대하고 있다. / jasonseo34@osen.co.kr
잠실학생체=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