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틴 니퍼트(34, 두산 베어스)가 좋은 투구를 하고도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1패보다 니퍼트가 아픈 것이 두산으로서는 더 치명적이다.
니퍼트는 1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삼성과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4이닝 5피안타 6탈삼진 2볼넷 1실점했다. 팀이 앞서고 있어 승리 요건 충족도 가능해 보였으나 오른쪽 허벅지 내측 통증 때문에 4회를 끝으로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2-0으로 앞서던 두산은 삼성에 2-12로 대패했다.
이날 니퍼트가 정상적인 상태였을 때 펼친 투구를 평가하려면 3회까지의 모습만 보는 것이 옳다. 1실점한 뒤 다시 만루 위기에 몰렸던 4회초에는 허벅지 통증의 여파가 있어 보였다. 첫 3이닝 동안에는 1피안타 5탈삼진 1볼넷 무실점의 위력적인 피칭이 이어졌다. 지난해까지 상대 전적 13승 1패, 평균자책점 2.33이던 '삼성 킬러' 니퍼트의 모습 그대로였다.

포심 패스트볼의 최고 구속은 153km까지 나왔고, 2스트라이크 이후 승부구로 활용된 포심과 슬라이더 모두 위력이 있었다. 이와 더불어 각이 큰 커브, 좌타자를 상대할 떄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체인지업까지 섞어 던지며 니퍼트는 삼성 타선을 잘 막아냈다.
그러나 5회를 넘기지 못하고 강판되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한 허벅지 통증을 느낀 4회초에는 흔들렸다. 선두 야마이코 나바로와 최형우에게 연속으로 중전안타를 내준 니퍼트는 박석민을 4-6-3 병살타로 엮어냈지만, 그 사이 나바로가 홈을 밟아 1실점했다. 이후 이승엽과 박한이의 연속안타와 이지영의 볼넷으로 만루 위기까지 갔다. 김상수를 삼진 처리하고 이닝을 끝냈지만 뭔가 불편함이 있어 보였다. 결국 5회초에는 니퍼트가 아닌 진야곱이 마운드에 올라왔다.
구단 관계자가 밝힌 니퍼트의 강판 이유는 오른쪽 허벅지 내측 통증이다. 지난 등판이었던 12일 광주 KIA전에서는 부진한 투구 내용을 보이며 3⅓이닝 6피안타 3탈삼진 1볼넷 7실점하고 물러난 데 이어 이번에는 경기 도중 생긴 통증 때문에 원하는 만큼의 긴 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올해 들어 니퍼트는 부상이 잦다. 5년 연속 두산의 개막전 선발투수로 일찌감치 내정됐지만, 시즌 전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다 우측 골반 통증이 찾아와 남들보다 시즌을 늦게 시작했다. 여기에 6월에는 우측 어깨 충돌 증후군으로 2개월 가까이 자리를 비웠다. 이번 허벅지 통증의 경우 아직 병원에서 검진을 받지 않은 상태라 정확한 것은 알 수 없으나 당장 투구를 지속하기 어려웠을 정도였으니 검진 결과에 따라 다시 엔트리에서 말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NC와의 2위 싸움이 치열한 가운데 에이스급 피칭으로 팀을 이끌어야 할 니퍼트의 연이은 부상과 부진으로 인해 두산은 애가 탄다. 우선은 19일에 있을 검진에서 부정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다. /nick@osen.co.kr
잠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