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외국인 타자 에릭 테임즈가 올 시즌 KBO리그에서 가장 무서운 타자라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다고 그 뒤에 있는 이호준을 가볍게 보다간 큰코다친다.
18일 대전 한화-NC전에서 바로 그런 장면이 나왔다. 1-1 동점으로 팽팽하게 맞선 8회초 1사 3루. 한화 배터리는 테임즈와 승부를 피했다. 고의4구로 걸린 것이다. 물론 아웃카운트가 원아웃이었기 때문에 1루에 채워 넣고 병살타로 이닝 종료를 기대할 수 있었다.
한화 배터리의 선택은 지극히 상식적이었다. 이날 테임즈의 고의4구는 올 시즌 9번째. 한화 김태균(11개)에 이어 리그 두 번째 많은 기록이다. 한화는 테임즈의 고의4구로 이어진 1사 1·3루 위기에서 김성근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 올라와 내야 전체를 불러 모아 한참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김성근 감독은 투구수 111개의 탈보트를 믿고 마운드에서 내리지 않았다. 그러나 한화의 결단을 수포로 만든 게 바로 이호준이었다. 이호준은 탈보트의 초구 146km 직구를 볼로 골라낸 뒤 2구 146km 직구를 정확하게 잡아당겼다. 팽팽한 승부의 균형을 깨는 좌전 적시타. 테임즈를 고의4구로 피한 결과였다.
경기 후 이호준은 "후반기 들어 첫 결승타를 기록했다. 그동안 찬스에서 부족한 모습이었는데 더욱 집중했다. 상대가 앞에 나오는 테임즈와 상대를 하지 않는데 흥분하지 않았다. 예상 가능한 부분이라 오히려 준비하고 있었다"고 결승타 상황을 설명했다.
이날 이호준은 2회 우전 안타, 4회 볼넷, 6회 2루 내야안타에 이어 8회 승부처에서 결승 적시타까지 3타수 3안타 1타점 1볼넷으로 펄펄 날았다. 반면 테임즈는 마지막 타석 고의4구를 제외하면 삼진 하나 포함 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최근 4경기 18타수 2안타 타율 1할1푼1리로 페이스가 눈에 띄게 떨어져 있다.
물론 이호준도 지난 16일 마산 kt전에 무릎 통증으로 하루 휴식을 취하는 등 컨디션이 좋은 상태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이날 다시 선발 라인업에 복귀하며 중요한 상황에서 큰 형님의 힘을 보였다. 테임즈를 피한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이호준이 증명했다. 베테랑의 클래스는 살아있었다. /waw@osen.co.kr
대전=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