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재능이다. 눈물의 사죄를 하니 모든 것이 용서됐다. 하지만 농구계를 위해서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한다.
김민구(KCC)가 복귀했다. 음주운전 후 사고로 인해 몸에 문제가 생겼던 그는 1년 2개월여 만에 코트에 복귀했다. 이미 연습 경기는 뛰고 있었고 특별한 사과 및 징계도 없는 상황에서 팀은 당연히 김민구가 경기에 뛸 것으로 생각했다. 그 결과 김민구는 문제없이 경기에 나섰고 3점슛도 성공 시켰다.
김민구는 지난해 6월 국가대표팀 소집 기간 음주운전 사고로 머리와 고관절, 발목 부위를 크게 다쳐 선수 생명이 위태롭다는 진단을 받았다. 피말리는 재활 끝에 코트에 나설 상황이 됐다.

재활에 매진한 김민구는 2달 반 전부터 선수단 훈련에 합류했다. 지난 15일 안양 KGC인삼공사와의 1회전에 결장한 김민구는 이날 모교 경희대를 상대로 출전을 준비했다. 모교와 뛰면서 다시 일어설 각오를 다졌다.
김민구는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먼저 사과 드립니다"라며 고개를 숙인 뒤 "1년 2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나 다시 코트로 돌아와 감회가 새롭고 벅차 오른다"고 밝혔다. 이어 "변명은 하지 않겠다. 어떤 벌이라도 받겠다. 반성은 지금도 많이 하고 있고 후회도 많이 했다"고 사죄의 인사를 나타냈다.
그는 그동안 입을 다물고 있던 이유에 대해 "제주도에 치료를 하러 가서 TV로 농구를 봤다. 눈물이 흐르고 후회가 많았다. 그 때 나도 빨리 해명하고 싶고 죄송하다고 말하고 싶은데 어려웠다. 그 이유는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고 뛸 수 있을 때 입장해명을 하면서 사과드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팬들도 조금이나마 돌아돌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응원해 주실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는 복귀를 가정한 이유다. 복귀가 아니라 자신의 잘못에 대해 정확하게 알았다면 어느 정도 부상이 회복된 뒤 마땅히 농구팬들에게 사죄를 해야 했다.
이유는 분명하다. 국가대표 소집기간에 물의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단순히 KCC 소속으로 문제가 일어났다면 구단 차원 혹은 선수가 나서 사죄를 하면 일단락 될 수 있다. 소속인 구단이 더이상 문제를 삼지 않으면 더 큰 문제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민구가 교통 사고를 일으켰던 상황은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음주운전을 했고 신호등을 들이 받는 사고를 일으켰다. 비록 다른 이를 다치게 한 것은 아니지만 분명 살인미수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분명 사과가 먼저 이뤄져야 했다. 남이 벌인 일이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 자초한 일이기 때문이다. 법에 저촉된 일인 상황이라면 몸이 회복 됐을 때 팬들과 농구 관계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 했다.
하지만 이날 오전 구단을 통해 사과문을 배포한 뒤 김민구는 경기장에 나타나서도 아무런 이야기가 없었다. 따라서 꼼수라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 경기에 나서기 위해 부랴부랴 사과문을 발표했다는 평가다.
아니나 다를까, 김민구는 경기에 나섰다. 팀이 앞서 있는 상황에 모교 후배들과 경기를 펼쳤다. 경희대 선수들 중에 분명 김민구가 롤모델인 선수가 있을 수 있다. 그만큼 김민구는 대학시절 뿐만 아니라 프로 데뷔 후에도 뛰어난 능력을 선보였다.
그러나 김민구가 일언반구 없이 경기에 뛰는 것을 봤다면 다른 인식을 가질 수 있다. 농구를 잘한다면 음주운전 후 사고를 내더라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그릇된 가치관이 생길 수 있다.
굉장히 의외의 반응은 김민구를 상대로 경기중 흥분해 가격했던 애런 헤인즈에 대해서는 집중적인 마녀사냥이 이뤄졌다. 인종차별적 발언까지 나올 정도였다. 헤인즈는 문경은 감독과 함께 매 경기마다 사과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인즈에 대한 비난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그러나 법을 어기면서 자신의 몸을 망친 선수에게는 관용이 이뤄지고 있다. 대한농구협회(KBA) 및 KBL 그리고 KCC는 김민구에 대한 징계 방침이 없는 상황이다. KCC 관계자는 "이미 1년간 굉장히 심한 고생을 했다. 신체적-정신적으로 고생을 했다. 그래서 특별한 자체 징계에 대한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신체적인 문제를 이겨내기 위해 그동안 많은 노력을 했다면, 이제는 자신이 만들어낸 문제에 대해 반성할 시간이다. 복귀 후 가진 인터뷰서 눈물을 보였다. 하지만 그 눈물이 면죄부가 될 수 없다. 자신이 벌인 문제에 대해서는 본인이 해결해야 한다. 비난 혹은 징계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받아 들여야 한다. 그것만이 추후 발생될 수 있는 문제를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 10bir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