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 고졸 루키 정성곤(19)이 데뷔 후 최고 피칭으로 감격적인 첫 승을 거뒀다. 9번의 선발 등판 만에 거둔 값진 승리였다. 아울러 앞으로 선발진에서의 활약을 기대해볼 만한 인상적인 투구 내용이었다.
정성곤은 올 시즌을 앞두고 가장 기대를 모은 투수 중 한 명이었다. 2015 2차 신인지명회의에서 2라운드(전체 14순위)로 kt에 입단했고 스프링캠프에서부터 좌완 계투 요원으로 주목을 받았다. “경험만 더 쌓는다면 선발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게 조찬관 kt 스카우트 팀장의 평가였다. 그리고 4월 14일 수원 두산전에서 처음 구원 등판했다. 하지만 1⅓이닝 4실점으로 부진한 뒤 곧바로 1군 엔트리서 제외됐다.
약 한 달이 지난 5월 초에는 다시 선발 투수로 1군 기회를 잡았다. 이후 8경기에 선발 등판했지만 승리 없이 4패 평균자책점 9.00으로 부진했다. 5이닝 3실점을 기록한 적은 있지만 그 외에는 4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제구가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 결국 부진을 거듭하며 6월 19일 다시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그리고 지난 4일 1군에 복귀해 3경기서 구원 등판했고 18일 수원 넥센전 선발 등판 기회를 잡았다.

이번에는 달랐다. 안정된 제구력을 바탕으로 7이닝 3피안타 1볼넷 1실점으로 호투했다. 리그에서 최강 타선을 자랑하는 넥센을 상대로 단 3개의 안타만 허용했다. 공은 낮게 깔렸고 몸 쪽으로 꽉 찬 공이 들어왔다. 무엇보다 총 투구수 75개 중 스트라이크가 54개로 좋았다. 본인 스스로도 이 부분에 가장 만족했다. 팀도 15-5로 대승을 거두며 데뷔 첫 승에 성공했다.
정성곤은 경기 후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승리인 것 같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스스로 밝힌 호투 비결은 비장함과 컨트롤. 그는 “경기 전에 정명원 투수 코치님께서 ‘죽으려고 하면 살 것이고, 살려고 하면 죽을 것’이라고 하셔서 죽을 각오로 들어갔다”라며 웃었다. 아울러 “공격적으로 던지려 했는데, 카운트 잡는 게 잘 됐다. 또한 선배님들이 잘 쳐주셔서 부담 없이 들어갔다”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2군에서 중점을 둔 부분은 역시 제구력이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정성곤은 32이닝을 투구하는 동안 35개의 볼넷을 허용했다. 한 이닝에 1개 이상의 볼넷을 허용한 셈이었다. 하지만 선발 복귀전에선 볼넷 1개를 허용할 정도로 제구가 좋았다. 정성곤은 “2군에서 컨트롤과 안 됐던 부분을 수정했다. 특히 중심 이동 부분에 신경을 쓰고 던졌다”라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정성곤은 “신인 투수이기 때문에 패기 있게 던지고 있는 투수로 기억되고 싶다”라며 앞으로의 각오를 밝혔다. 고졸 루키 정성곤은 이날 승리로 자신감을 얻었다. 앞으로 몇 경기 더 선발 등판할 수 있는 기회까지 마련했다. kt로서도 선발로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을 확보한 셈이다. 올 시즌 최하위에 머물러있는 막내 kt지만 그 안에서 기대주들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krsumi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