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최대 위기다".
올 시즌 내내 한화를 감싸는 키워드, 바로 '위기'이다. 개막할 때부터 한 번도 베스트 전력을 꾸리지 못하며 하루가 멀다 하고 위기가 계속 됐다. 그때마다 한화는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며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거듭된 위기론을 잠식하는 게 올해의 한화 야구였다.
그런데 이제는 아니다. 8월에만 벌써 두 번째 5연패. 이번에는 진짜 큰 위기감이 한화를 둘러싸고 있다. 외부에서도 한화의 추락이 지속될 것으로 바라보는 가운데 한화 선수단에서도 "지금이 가장 큰 위기"라고 입을 모은다. 상황이 심상치 않은 것이다.

한화는 지난 18일 대전 NC전에서 1-2로 패했다. 2군에서 돌아온 선발투수 미치 탈보트가 7⅓이닝 113구로 역투했으나 타선이 1점에 그쳐 헛심이 되고 말았다. 타선이 NC 마운드에 막혀 안타 2개와 3개의 사사구에 그쳤다. 지금 이대로라면 반전등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한화는 8월 15경기 5승10패 승률 3할3푼3리로 10개 구단 중 가장 저조한 성적을 내고 있다. 8월 최하위인 것이다. 후반기로 범위를 넓혀도 9승15패 승률 3할7푼5리로 8위에 머물러있다. 전반기를 마칠 때만 하더라도 44승40패로 +4였지만 이제는 53승55패로 -2까지 떨어졌다.
특히 8월 들어 타선의 침묵이 심각하다. 1~2번 테이블세터인 정근우와 강경학이 분전하고 있지만, 중심타선에서 해결이 되징 않는다. 8월 15경기 잔루가 무려 143개로 리그에서 압도적인 1위이고, 이 기간 득점권 타율도 9위(.248)에 머무를 정도로 찬스에서 해결능력이 감퇴했다.
상당수 야구 전문가들은 "여름이 되면 한화의 힘이 떨어질 것이다"고 우려했다. 모 해설위원은 "권혁·윤규진 등 불펜투수들이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초반부터 버리는 경기 없이 매경기 총력전으로 임한 결과가 지금의 피로감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권혁은 최근 3경기 연속 실점으로 흔들렸고, 윤규진은 컨디션 난조로 엔트리 제외됐다.
단순하게 투수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또 다른 야구인은 "한화 야수들도 많이 지쳐 보인다. 팀 전체적으로 페이스가 가라앉은 모습이다. 지금까지는 계속 경기를 이기는 맛으로 버텨왔지만 지금처럼 패배가 이어진다면 쌓여온 피로와 함께 추락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화는 빠르면 이번 주말 이용규가 부상에서 돌아온다. 타선의 문제는 그런대로 해결될 수 있겠지만, 마운드 쪽에서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 점점 현실화되고 있는 한화의 8월 위기론, 과연 김성근 감독은 어떤 묘수를 들고 팀을 다시 일으켜 세울까. /waw@osen.co.kr

대전=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