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실전 타입인가봐요."
롯데 자이언츠 우완 영건 김원중(22)이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 김원중은 지난 17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전에 팀의 3번째 투수로 5회 등판했다. 첫 타자 서건창을 유격수 직선타로 처리한 김원중은 고종욱을 삼진으로 솎아낸 뒤 유한준에게 볼넷을 내주긴 했지만 박병호를 삼진 처리했다. 6회에는 뜬공 하나와 땅볼 2개를 유도, 가볍게 3자범퇴로 자기 역할을 마쳤다.
1군 데뷔전에서는 볼넷 2개와 안타 1개를 맞고 아웃카운트는 하나도 잡지 못했지만, 이후 2경기에서 김원중은 3이닝 5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고 있다. 146km 직구가 가장 큰 무기, 타점이 높기 때문에 타자 무릎 높이에 계속해서 공을 던진다. 여기에 커브의 낙폭도 크고, 슬라이더와 체인지업도 갖고 있다.

롯데 이종운 감독은 김원중의 활약에 고무된 모습이다. 8월 초 사직구장으로 불러 불펜에서 테스트를 했는데, 그때는 불합격 판정을 내렸었다. 이 감독은 "그때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였는데, 실전에서는 잘 던진다. 롯데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데, 당장 선발로 써도 될 정도다. 3이닝 정도는 막아줄 수 있을 것 같다. 그 정도로 공이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감독은 "지금은 정면승부를 하는데, 1군 타자들이 만만치 않다는 것도 언젠가는 깨닫게 될 것이다. 그렇게 하면서 성장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1군에서 자기 공이 통한다는 걸 확인한 김원중은 요즘 야구가 재미있다. 입단 하자마자 어깨가 아파 제대로 공을 던지지 못했기때문에 지금 시간이 더 즐겁다. 2012년 입단 후 어깨가 아팠던 김원중은 이듬해 곧바로 군입대를 선택했고, 광주에서 상근예비역으로 근무하며 재활에 힘써 지금은 통증이 없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더욱 시원하게 자기 공을 뿌리고 있다.
김원중은 자기 자신을 '실전에 강하다'라고 소개했다.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이상하게 불펜에서 던지는 것보다 마운드에 올라가면 공이 좋아졌다. 프로에 와서도 마찬가지다. 불펜에서는 내 공을 못던지는데, 타자와 승부하면 괜찮다. 아무래도 타자가 서있으면 더 공을 던지기 편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가장 궁금했던 건 박병호와 당당하게 승부했던 비결이다. 김원중은 국내 최고 투수들도 정면승부를 꺼리는 박병호에게 겁없이 덤볐고, 삼진을 잡아냈다. 박병호는 최근 몸쪽 공에도 강점을 보이는데, 김원중은 과감하게 몸쪽 공을 던졌다. 김원중은 "정말 칠테면 쳐보라는 생각으로 던졌다"고 말했다.
'홈런왕 박병호'라는 이름에 주눅들지는 않았을까. 김원중은 "일단 타자와 승부하면 그 선수가 누구인지는 잊어버린다. 박병호 선배도 마찬가지였다. 우타자냐 좌타자냐 정도만 생각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김원중이 더그아웃에 앉아있는 걸 발견한 주형광 투수코치는 "말도 안 듣는 녀석이 인터뷰는 왜 하냐"면서 웃었다. 김원중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주 코치는 "박병호한테 노볼 투스트라이크에서 슬라이더 던지라고 사인 냈더니 고개 젓고 몸쪽에 직구를 확 던진 녀석"이라면서 흘겨봤다. 김원중은 "코치님 정말 못 봤다"면서 머리를 긁적일 뿐이었다. /cleanu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