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다 싶은 것도 하다 보니까 이기게 되더라".
한화 최고참 투수 박정진(39)이 올 시즌 KBO리그에서 가장 먼저 70경기 등판을 돌파했다. 지난 18일 대전 NC전에서 1⅔이닝을 탈삼진 2개 포함 무실점 퍼펙트로 막았다. 이날로 박정진은 시즌 70경기를 돌파하며 91⅔이닝을 던졌다. 경기수는 리그 전체 1위, 순수 구원이닝도 권혁(92⅔이닝)에 이어 2위다.
만 39세의 박정진이 기록한 70경기 등판은 2009년 한화 구대성 이후 최고령 70경기 등판 시즌이다. 2009년 당시 만 40세였던 구대성은 71경기에 등판했는데 55⅔이닝을 던졌다. 이미 구대성의 이닝을 넘긴 박정진은 그의 등판 경기수도 무난하게 넘어설 전망. 산술적으로 약 93⅓이닝까지 소화할 수 있다.

성적만 놓고 보면 박정진은 리그 최고의 구원투수로 손색없다. 6승1패1세이브15홀드 평균자책점 2.85. 그 흔한 블론세이브가 하나도 없다. 91⅔이닝 동안 탈삼진 84개, 피안타율도 2할2푼6리로 불혹의 나이가 무색한 구위를 자랑한다. 무엇보다 한 번도 아프거나 지쳤다는 이유로 등판을 거르지 않고 있다.
박정진은 "많이 던지다 보니 요령이 생겼다. 가끔 정신적으로 힘들 때가 오기는 한다. 한창 더울 때에는 '진짜 힘들다. 이제는 한계다' 싶은 것도 하다 보니 이기게 되더라"며 "지금 팀이 어려운 상황에 빠져있는데 나까지 빠지면 안 된다. 그동안 혁이가 고생을 많이 했기 때문에 우리 모든 투수들이 나눠서 부담해야 한다"고 팀 내 최고참 투수로서의 책임감을 나타냈다.
박정진 개인적으로도 이렇게 자주 많이 던진 적이 없었다. 개인 최다였던 2011년 64경기 86이닝을 이미 넘겼다. 2003년에는 100⅓이닝을 소화한 적이 있지만, 당시에는 선발로 던진 3경기가 포함돼 있었다. 올해는 순수 구원으로 첫 100이닝 돌파가 유력하다. 산술적으로는 122⅓이닝까지 던질 수 있는 페이스.
박정진은 "기록을 보니 2003년 100이닝을 넘긴 적이 있는데 선발로 나온 것까지 포함된 것이다. 구원으로는 가장 많이 던졌다"며 "이제 몸이 적응됐다. 올해는 아프지만 않으면 마지막까지 갈 수 있을 듯하다. 부상만 없다면 충분히 던질 수 있다"고 자신했다. 거듭된 연투와 긴 이닝으로 몸이 적응돼 있다.
올 시즌 이렇게 버틸 수 있는 나름의 비결이라면 등판 전후로 아이싱을 많이 하는 것이다. 그는 "원래 아이싱을 안 했다. 1년에 한두 번 할까 말까 했다. 올해는 거의 매일 아이싱을 하고 있다. 등판을 마치고 나면 덕아웃에서 경기를 보며 응원을 하는 게 아니라 라커룸에서 아이싱하기 바쁘다"며 "이렇게 한 해를 버티는 것 같다"고 웃었다. 불혹의 나이에 스스로 한계를 이겨낸 박정진, 그의 투혼과 꾸준함이 있어 한화가 산다. /waw@osen.co.kr
대전=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