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인 유격수에게 붙어있었던 편견을 완전히 깨뜨리고 있다.
강정호(28, 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1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 PNC 파크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홈경기에 5번 타자겸 유격수로 선발 출장, 7타수 2안타 1타점 2득점을 기록했다. 5회말 세 번째 타석에서 우전안타, 7회말 네 번째 타석에서 좌월 솔로포를 쳤다. 그러면서 강정호는 메이저리그 진출 첫 해부터 두 자릿수 홈런에 성공했다. 시즌 타율은 2할8푼5리로 유지됐다.
이로써 강정호는 아시아 유격수 중 최초로 한 시즌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지금까지 일본에서 많은 유격수들이 빅리그에 도전장을 던졌지만, 처참한 결과를 냈던 것과 정반대다.

나카무라 노리히로가 2005시즌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었는데 유격수로는 단 한 경기만 출장했고 홈런 없이 일본으로 돌아갔다. 니시오카 츠요시도 2011시즌부터 미네소타에 입단했지만 2012시즌까지 홈런 하나를 치지 못하고 일본행 비행기를 탔다. 가와사키 무네노리 또한 2012시즌부터 올 시즌 통산 홈런 1개에 그치고 있다.
수비도 안 됐다. 송구 능력에서 빅리그 수준에 미치지 못했고, 수비 범위도 좁았다. 상대 주자들의 과감하고 거친 슬라이딩에 두려워하며 에러를 범하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유격수보다는 2루수로 포지션이 바뀌곤 했다. 대표적 사례는 2004년 뉴욕 메츠의 유니폼을 입었던 가즈오 마쓰이. 큰 기대를 받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마쓰이는 메이저리그 7년 커리어의 대부분을 유격수가 아닌 2루수 포지션에서 보냈다.
반면 강정호는 공수 모두에서 빅리그에 빠르게 적응 중이다. 주전 유격수 조디 머서의 부상 이후 팀의 주전 유격수로서 맹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공수 모두에서 자신감이 붙었다. 특히 타석에선 상대 투수에 맞게 타격폼을 조절하며 장타력을 유지 중이다. 전반기 72경기서 홈런 4개였으나 후반기 28경기에서 홈런 6개, 홈런 페이스가 가파르게 올라오고 있다.
타격지표도 유격수로 나섰을 때 더 좋다. 강정호는 이날 경기 전까지 유격수로 출장한 43경기서 타율 2할9푼5리 5홈런 19타점 OPS 0.821을 기록했다. 3루수로는 53경기 출장해 타율 2할9푼 4홈런 19타점 OPS 0.798. 유격수 수비 또한 최근 상승세다. 머서 부상 전까지 22경기에선 에러 4개, 그러나 머서 부상 이후 23경기에서 에러 2개다.
일본인 내야수 중 가장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은 이는 2루수로 뛴 이구치 다히토다. 이구치는 데뷔해였던 2005시즌 15홈런, 2006시즌에는 18홈런으로 아시아 내야수 한 시즌 최다홈런 기록을 갖고 있다. 최근 미니슬럼프에서 탈출한 강정호가 기세를 시즌 끝까지 이어간다면, 홈런 15개 이상도 충분히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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