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불펜이 급격하게 흔들리고 있다. 치열한 5위 다툼을 벌이고 있는 한화에 큰 핸디캡이 되고 있다.
한화는 지난 23일 광주 KIA전에서 4-9로 패하며 5위 탈환 기회를 놓쳤다. 5위 KIA와 격차는 다시 1.5경기로 벌어지며 7위 롯데에 2경기차로 쫓기게 됐다. 이제 잔여 31경기, 한화로서는 매경기가 결승전 같은 상황이 되어버렸는데 정작 시즌 내내 버텨온 불펜에 과부하가 걸리고 말았다.
22일 KIA전에서는 괴물 외인 투수 에스밀 로저스가 9이닝 완봉승을 거둔 덕분에 불펜이 푹 쉬었다. 그러나 23일 경기에서는 불펜이 무너졌다. 4-4 동점으로 맞선 7회 구원으로 전환한 배영수가 이범호에게 결승 솔로 홈런을 맞았다. 이어 권혁이 투입됐으나 추가로 2점을 허용했다. 불펜이 2이닝 동안 5실점하며 5위 복귀 꿈도 날아갔다.

올 시즌 한화는 전형적인 불펜야구를 햇다. 약한 선발진을 불펜이 커버하며 버티는 야구를 펼쳤다. 시즌 팀 평균자책점은 7위(4.92)이지만 구원 평균자책점은 2위(4.53)에 올라있다. 경기당 평균 3.9명의 구원투수를 투입하며 리그에서 두 번째 많은 478⅔이닝을 소화했다. 한화보다 구원 이닝이 많은 팀은 신생팀 kt(483이닝)뿐.
그러나 7연패가 시작된 지난 13일부터 최근 10경기에서 한화 불펜의 추락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10경기 한화 구원 평균자책점은 무려 7.11로 리그에서 가장 높다. 이 기간에 승리·세이브·홀드는 전무하며 3패만 떠안았다. 타선의 침체가 가장 큰 이유였지만 불펜이 흔들리며 투수 운용에 있어서도 부담이 컸다.
이 기간 5경기에 등판한 권혁은 2패만 안은 채 평균자책점이 무려 22.09에 달한다. 3⅔이닝 동안 홈런 1개 포함 9개의 안타를 맞으며 볼넷 5개와 몸에 맞는 볼 1개로 9실점했다. 3일의 휴식기도 가졌지만 권혁의 구위는 눈에 띄게 떨어져 있다. 짧은 휴식으로는 초반 구위를 회복하기란 쉽지 않은 모습이다.
권혁과 함께 시즌 내내 불펜을 떠받쳐온 박정진도 이 기간 4경기 4⅓이닝 5피안타 3볼넷 3실점으로 평균자책점 6.23으로 흔들렸다. 윤규진의 어깨 부상 이탈 이후 구원으로 보직이 변경된 배영수도 4경기 1패 평균자책점 6.43으로 썩 좋지 않다. 평균자책점 2.70의 김기현은 고작 3경기만 나왔다.
한화 불펜의 붕괴는 어쩌면 예고된 것일지도 모른다. 권혁-박정진은 각각 94⅔이닝-91⅔이닝으로 순수 구원이닝 1~2위에 올라있다. KBO리그 최초로 한 팀에서 구원 100이닝 투수 2명이 나올 페이스로 상식적이지 못한 의존도다. 여기에 내구성이 좋지 않은 윤규진도 초반 42일의 1군 공백기에도 40경기 50⅔이닝을 던져 어깨 부상이 도졌다.
키워야 할 젊은 추격조 투수들은 한두 번 부진하면 기회가 마땅치 않았다. 경기를 크게 이기고 있거나 지고 있어도 박빙의 상황에 쓰던 필승조 투수들만 쓰고 또 썼다. 윤규진의 부상 이후 선발 배영수를 구원으로 바꾸는 고육책을 썼지만 이것 역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체력적으로 가장 지쳐있을 8월, 한화 불펜의 붕괴가 그리 놀랍지 않은 이유다. /waw@osen.co.kr
광주=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