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는 지난 12일 징계위원회를 통해 5월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의 도핑 테스트에서 금지 약물인 메틸테스토스테론이 검출된 강수일(제주)에게 출전 정지 6개월 처분을 내렸다.
강수일은 금지 약물 검출이 발표된 6월 11일을 시점으로 12월 11일까지 6개월 동안 국가대표나 소속팀의 모든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됐다. 앞서 강수일은 한국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K리그 15경기 출전 정지 처분을 받았다.
제주는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강수일에게 자체 징계를 내렸다. 팀의 관리 부족이라는 이유다. 그만큼 선수의 문제에 대해 뼈를 깎는 아픔을 대신했다.

2007년 인천 유나이티드를 통해 K리그에 뛰어든 강수일은 2011년 제주로 이적한 뒤 지난해 포항 스틸러스에서 한 시즌을 보냈다.
올해 제주로 복귀한 강수일은 14경기에서 5골-2도움으로 활약하며 슈틸리케호에 승선했지만 약물 사용 사실이 드러나 중도 하차했다. 특히 그는 혼혈아 출신으로 다문화 가정의 상징으로 불렸을 정도. 하지만 팀은 냉정했다. 선수의 잘못을 함께 나눠 짊어졌다.
강수일의 징계에 대해 프로축구연맹은 "본인도 연고를 바른 사실이 크게 문제가 될 것이라는 점을 몰랐다고 한다"면서 "경기력 향상을 위해 고의로 한 것은 아닌 것 같지만 도핑은 결과로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징계 배경을 설명했다.
고의성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도 제주는 선수를 냉정하게 대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또 일어 나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국가대표에 합류한 뒤 그는 곧바로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프로농구 전주 KCC의 행보는 조금 다르다. 지난 18일 1년 2개월만에 코트에 복귀한 김민구에 대해 KCC는 아무런 계획이 없는 상황이다. 김민구는 2013년 아시아선수권에서 16년 만에 한국 농구의 월드컵 진출에 힘을 보탰다. '제 2의 허재'라는 별명을 받은 그는 자신감이 넘쳤다.
하지만 김민구는 지난해 6월 국가대표팀 소집 기간 음주운전 사고로 머리와 고관절, 발목 부위를 크게 다쳐 선수 생명이 위태롭다는 진단을 받았다.
물론 KCC는 김민구를 위해 구단 차원에서 선수 생명을 떠나 인간적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했다.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기 치료, 전기 치료 등을 소개하고 지원했다. 재활에 매진한 김민구는 2달 반 전부터 선수단 훈련에 합류했다. 탈골로 인한 부상은 다 나았지만 신경은 아직 20% 정도만 회복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민구는 2달 반 전부터 선수단과 함께 훈련했다. 신경 손상으로 오른 발목에 보조기를 착용한 그는 점점 좋아지고 있는 상태.
일단 김민구를 살려 놓은 KCC는 그에 대해 "김민구가 1년 2개월 동안 말도 못할 고통을 당했다. 그 동안 깊이 반성하고 뉘우쳤다"고 밝혔다.
또 경기에 나서기 전 짧은 사과문을 통해 할 일을 다했다는 모양새다. 추승균 KCC 감독도 마찬가지. 몸 상태가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대학팀과 경기에는 내보내겠다는 입장이다.
물론 김민구의 몸 상태가 좋아지는 것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KCC는 국가대표 및 농구계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겼다.
비록 부상을 당하며 몸이 정상 상태는 아니지만 김민구는 분명 징계를 받아야 한다. 국가대표 소집 중 음주운전을 했고 교통사고까지 일어났다. 모두 자신이 만든 일이다. 태극마크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잘 모를 수 있다. 그렇다면 어른들이 알려줘야 한다. 그 역할은 분명 KCC가 해야 한다. 농구계 선배 그리고 가족의 마음으로 재활을 도왔다면 김민구에게도 정신적으로 성숙할 수 있는 기회도 줘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만약 KCC가 아무런 절차 없이 넘어 간다면 국가대표가 된 후 어떤 일이든 문제를 만들어도 넘어갈 수 있는 분위기가 생길 수 있다. 농구만 잘한다면 문제가 발생해도 조용히 넘어가면 된다는 식의 선례가 남기 때문이다.
몸이 성치 않은 선수에게 징계에 대해 자꾸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선수 죽이기'가 아니다. 오히려 더 성숙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다시 똑같은 행동을 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KCC가 김민구를 진정으로 아낀다면 눈물을 흘리며 매를 들 수 있어야 한다. / 10bir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