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복(29, kt 위즈)이 마법사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후 펄펄 날고 있다. 무엇보다 끈질긴 유형의 리드오프에 목말랐던 kt에 단비가 되고 있다.
오정복은 지난 6월 21일 홍성용과 함께 NC 다이노스에서 kt로 트레이드 됐다. 올 시즌 NC 유니폼을 입고 단 한 차례도 1군 무대를 밟지 못했다. 외야진에 뛸 자리가 없었기 때문. 하지만 kt로 이적 후 그 재능을 마음껏 꽃 피우고 있다. 특히 마땅한 리드오프가 없어 고민하던 kt로선 오정복의 영입으로 부족한 부분을 메웠다.
kt는 시즌 초 이대형, 김사연, 하준호 등을 1번 타자로 기용했다. 그러나 모두 리드오프임에도 빠른 공격 타이밍을 가져가면서 조범현 감독을 고민에 빠뜨렸다. 이대형은 1번 타순에서 타율 2할5푼5리 출루율 3할1푼9리를 기록 중이다. 하준호는 타율 1할7푼4리 출루율 2할6푼9리, 김사연은 타율 2할1푼4리 출루율 2할1푼4리로 리드오프로 저조했다. 반면 오정복은 1번 타자로 타율 2할7푼4리 출루율 3할9푼4리로 가장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다.

타석당 투구수도 4.3개로 나머지 선수들에 비해 압도적이다. 그만큼 끈질긴 승부를 펼친다는 것. 여기에 출루율까지 좋으니 금상첨화다. 오정복은 전체 성적도 34경기서 타율 2할9푼 출루율 4할5리 5홈런 25타점으로 준수하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주체할 수 없는 ‘해결사 본능’이다. 오정복은 올 시즌 득점권 타율이 무려 5할1푼9리에 달한다.
게다가 올 시즌 5번이나 결승 타점을 만들었다. 이는 팀 내에서 장성우(7개)에 이어 마르테와 공동 2위의 기록이다. 19일 수원 넥센전에선 안타와 2개의 볼넷으로 3번이나 출루했고, 9-9로 맞선 9회말 2사 만루 절호의 찬스에선 손승락과 7구 승부를 벌인 끝에 볼넷을 얻으며 끝내기 밀어내기 승리를 이끌었다. 오정복의 집중력이 만들어낸 극적인 재역전승이었다.
오정복은 찬스 상황에서 더 집중한다. 그는 이날 경기가 끝난 후 중요한 순간을 두고 “제가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서 “주자가 나가주면 고맙다. 빨리 홈으로 불러들이겠다는 생각을 한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리드오프 자리에 맞게 자신의 스타일을 변화시키고 있다. 오정복은 “원래는 공격적인 스타일이다. 그런데 1번 타자에 적응하려고 노력 중이다”면서 “뒤에 중심 타선이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연결시키려고 한다. 그리고 끈질긴 승부를 해야 뒤에서 타자들이 공을 많이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스스로 1번 타자의 중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도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오정복은 “제가 살아나가야 중심타선으로 연결되고 득점이 만들어진다. 제가 베이스를 많이 밟아야 팀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마음가짐부터 실제 결과까지, 이만한 리드오프를 찾기는 쉽지 않다. 그토록 고민했던 kt 리드오프 자리에 드디어 적임자를 찾은 듯 하다. /krsumi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