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부상' 니퍼트, 이번 시즌이 마지막?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08.20 05: 59

더스틴 니퍼트(34, 두산 베어스)가 다시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부상이 잦아 어쩌면 이번 시즌이 두산 유니폼을 입는 마지막 해가 될지도 모른다.
니퍼트는 지난 18일 잠실구장에서 있었던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선발로 호투하던 중 4회초 우측 허벅지 안쪽에 통증을 느껴 이닝을 마치고 교체됐다. 다음날인 19일 MRI 촬영 결과 우측 서혜부 근육 미세 손상이 생긴 것으로 나타나 2주 진단을 받았다.
두산은 최소 2주간 회복기를 거쳐야만 하는 니퍼트를 엔트리에서 말소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달 31일 1군에 복귀해 한 경기 구원 등판한 것을 포함 총 4경기에 나섰던 니퍼트는 돌아온지 보름이 조금 지나 다시 전력에서 제외됐다. 토종 선발투수들이 시즌 내내 선전해주고 있는 가운데 다시 날아든 뜻밖의 비보다.

벌써 세 번째 부상이다. 개막 직전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다 우측 골반 통증으로 쉰 니퍼트는 시즌 출발이 늦었다. 남들보다 2주 가까이 늦은 4월 10일에야 처음으로 1군에 등록됐다. 그러나 2개월 동안 3승에 그쳤고, 6월 7일 목동 넥센전에서 우측 어깨 통증을 느꼈다. 어깨 충돌 증후군이었고, 니퍼트는 6월 9일 말소되어 7월 말이 되기 전까지 1군 무대를 밟지 못했다.
투수는 한 곳이 좋지 않으면 그 부위가 불편한 것을 피하기 위해 자신도 모르게 피칭 메커니즘이 바뀌어 다른 부위에 통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예컨대 팔꿈치 통증이 있는 투수가 이를 의식하다가 어깨에 무리가 가는 것, 혹은 그 반대의 경우 등이 있다.
니퍼트는 이러한 예에 포함되지는 않는다. 한용덕 투수코치는 "이번에 아픈 곳(서혜부)은 투수가 제대로 힘을 써야 통증이 생기는 부위다. 어깨 통증과는 무관하다. (18일 경기) 초반에 너무 세게 던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낙관적으로 볼 수만은 없는 일이다. 세 번 부상을 당하는 동안 각기 다른 부위에 통증을 느꼈다는 건 좋은 신호일 수 없다. 우리나이로 30대 중반인 투수가 그랬다면 더욱 위험하다.
한 코치는 "(투수진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로 계속 시즌을 꾸려 왔는데, 계획대로 되려고 그림이 그려지다가 에이스가 빠져나가게 됐다"고 아쉬워했지만, 이내 "새로운 선수들에게 기회가 생겨 팀이 더 강하게 뭉칠 수도 있으니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며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겠다는 뜻을 전했다.
하지만 팀이 새로운 투수를 발굴할 수 있는지의 여부와는 별개로 니퍼트와 두산이 시즌 후 이별할 가능성이 전보다 높아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줄 줄도 알고, 팀 동료로도 나무랄 데가 없어 외국인 선수가 아니라는 평가까지 받았던 선수지만, 과거 모습을 믿고 부상과 부진을 반복하는 선수를 중용하는 것도 쉽진 않다. 이미 외국인 선수 교체 카드를 소진해 올해는 대안이 없지만, 시즌을 마치고 나면 팀을 떠날 여지가 커졌다.
지난 4년간의 역투로 몸값은 크게 올랐지만 2013년 견갑골 석회화 여파로 근 2개월을 쉬었고 지난해에도 아시안게임 휴식기 포함 두 번이나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던 니퍼트와의 재계약을 놓고 두산도 단 1%의 고민조차 없었던 것은 아니다. 결국 150만 달러를 주고 재계약하는 길을 선택했지만, 몸값에 걸맞은 투구가 나오지 않아 고민에 빠졌다.
현재 3승 4패, 평균자책점 5.29에 그치고 있어 돌아와 기적적인 호투를 보여준다 해도 니퍼트는 6~7승 정도로 정규시즌을 마치게 된다. 우선은 복귀 시기 자체를 예상하기도 어렵다. 회복에만 2주가 걸리는데, 회복 후 곧바로 1군에 올라온다 해도 9월 초가 된다. 두산과 니퍼트 모두 서로와 함께하는 동안 아름다운 기억들을 만들었지만, 시즌 후에 찾아올 이별의 가능성도 조금은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시간이 왔다. /nic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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