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중근, “선발투수로 돌아가면 이닝이터가 목표”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5.08.21 11: 31

LG 트윈스 마무리투수 봉중근(35)이 2016시즌 선발투수로 뛰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봉중근은 지난 20일 잠실 두산전 8회초에 등판해 1⅔이닝 동안 38개의 공을 던지며 세이브를 올렸다. 시즌 15세이브로 이대로라면 4년 연속 20세이브 이상이 유력하다. 이날 봉중근은 투구수 30개가 넘어간 상황에서도 140km 중반대의 패스트볼을 마음껏 꽂았다. 구위로 두산 타자들을 압박하다가 주무기인 체인지업으로 타이밍을 빼앗았다. 투수로서 최정상급 수비 능력도 발휘하며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런데 어쩌면 경기를 마무리하는 봉중근을 볼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은 듯하다. 봉중근은 지난 시즌부터 선발투수로 뛰기를 희망했고, 양상문 감독도 올 시즌 후 봉중근의 보직 변화를 두고 고심하려 한다. 양 감독은 이날 경기에 앞서서도 “중근이가 내년에 어떤 자리에서 던질지 모르기 때문에 (임)정우가 나가는 이닝을 평소보다 더 뒤로 두고 있다. 내년에는 정우, (정)찬헌이, (이)동현이, (신)승현이 등과 군에서 전역하는 선수들이 불펜을 맡을 것이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봉중근은 21세기 LG 트윈스 최고의 선발투수였다. 2008시즌 28경기 186⅓이닝을 소화하며 11승 8패 평균자책점 2.66으로 맹활약했고, 2010시즌까지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170이닝 이상을 기록했다. 2008 베이징올림픽과 2009 WBC 국가대표팀에도 선발됐고, 한국팀 에이스로 존재감을 뽐냈다. 이는 암흑기를 보내던 LG팬들에게 커다란 위안이 됐다.
그러다가 2011시즌 중반에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았고, 2012시즌 복귀하는 과정에서 마무리투수가 됐다. 당시 LG는 레다메스 리즈를 마무리투수로 낙점했으나, 리즈가 제구난조로 고전하면서 봉중근이 갑작스럽게 마무리투수로 뛰게 됐다. 그리고 봉중근은 당해 40경기 38이닝을 소화하며 26세이브 평균자책점 1.18로 맹활약, 단 번에 정상급 마무리투수로 떠올랐다. 2013시즌과 2014시즌에는 2년 연속 30세이브 이상도 달성했다. 2002시즌 이상훈 이후 반복됐던 LG 마무리투수 잔혹사를 끊었다.
하지만 봉중근은 2014시즌부터 마무리투수 자리에 부담을 느꼈다. KBO리그가 타고투저의 흐름으로 가면서 봉중근을 비롯한 모든 마무리투수가 고전했다. 게다가 구위도 이전보다는 떨어졌다. 1점차를 꼭 막아내야만 하는 마무리투수보다는 이닝을 길게 가져가면서 경기를 운영하는 선발투수가 지금의 봉중근에게는 더 맞을 수 있다.
봉중근은 20일 경기를 마친 후 “원래부터 나는 선발투수였다. 지금도 나는 충분히 한 경기에 길게 던질 수 있다”며 “마무리투수를 하게 된 것은 우리 팀에 마무리투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갑작스럽게 맡게 됐고, 그게 지금까지 오게 됐다. 내 보직은 시즌 후 감독님께서 결정하실 문제지만, 선발투수로 돌아가 잘 할 자신이 있다. 오늘도 투구수 30개가 넘은 시점에서도 140km 중반대가 나왔다. 많이 던지면서도 힘 있는 공를 구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봉중근은 “우리 팀 상황을 봐도 그렇다. 불펜진에 빠른 공을 던지는 젊은 투수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젊은 불펜투수들이 경험도 많이 쌓았다. 나를 대신할 만한 마무리투수가 나올 것이다”면서 “사실 선발투수 자리가 그립기도 했다. 내년에 선발투수로 돌아가게 된다면, 이닝이터가 되는 게 목표다. 매 경기 이닝을 최대한 많이 가져가고 퀄리티스타트를 하도록 노력할 것이다”고 목표까지 밝혔다.
덧붙여 “마무리투수를 했던 게 선발투수를 하는 데에도 도움을 많이 줄 것 같다. 아무래도 좀 더 여유 있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 마무리투수는 항상 긴박한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르는데, 이 경험이 선발투수가 돼서는 좋게 작용할 듯하다”면서 “선발투수는 4, 5일 준비할 기간도 있다. 요즘 타자들은 전력분석을 하지 않으면 절대 이겨낼 수 없다. 4, 5일 준비시간이 타자를 상대하는 데에 있어서도 효과적일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LG는 올 시즌 내내 선발진 마지막 한 자리를 메우지 못하며 고전했다. 임지섭 임정우 장진용 이준형 김광삼 등이 5선발투수로 나섰으나, 뚜렷한 해답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양상문 감독은 “중근이는 가진 것이 많은 투수다. 그리고 원래 선발투수를 하기도 했다. 선발투수로 돌아가도 자신의 역할은 충분히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선발투수 봉중근에 대한 기대감을 전하기도 했다. 양 감독은 2007시즌과 2008시즌 LG에서 투수코치를 역임하며 선발투수 봉중근을 지도한 바 있다.
물론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 만일 2016시즌 봉중근이 선발투수로 돌아가고, 10승 투수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LG는 막강토종 선발진을 구축하게 된다. 현재 선발진에 좌투수가 없는 만큼, 선발진의 조화도 잘 이뤄질 수 있다. 불펜진에서 이동현이나 정찬헌이 봉중근의 공백을 메워줄 수만 있다면, LG 마운드는 다시 높아질 것이다. / drjose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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