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그의 이름 앞에 '외인 특급'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야만 할 것 같다. 지난해까지 '불운의 아이콘'과 같았던 에릭 해커(NC)가 '승리의 아이콘'으로 탈바꿈했다.
해커는 21일 대구 삼성전서 데뷔 첫 15승 고지를 밟았다. 이날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해커는 7이닝 1실점(8피안타 1볼넷 7탈삼진)으로 삼성 타선을 봉쇄했다. 손시헌은 데뷔 첫 연타석 아치를 쏘아 올리며 해커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해커는 2013년 'ACE 트리오'에서 나이는 가장 많지만 이니셜을 맞추기 위해 등록명을 에릭으로 해야만 했던 해커는 4승 11패에 그쳤다. 사실 승패만 놓고 본다면 재계약이 불가능한 수치였지만 178⅓이닝을 소화하고 완투만 3차례, 평균자책점 3.63을 기록한 해커를 붙잡지 않을 수 없었다.

작년에는 전반기에만 8승을 거두며 10승 투수 진입을 노렸던 해커, 하지만 후반기에 단 1승도 추가하지 못하면서 8승 8패 172⅔이닝 평균자책점 4.01로 시즌을 마감해야 했다. 지난 2년 동안 해커가 거둔 승리는 12승이었다.
해커는 올 시즌을 앞두고 등록명을 에릭에서 해커로 바꿨다. 김경문 감독 또한 "해커가 훨씬 강해보인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개명 효과는 외국인 선수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해커는 데뷔 첫 15승을 달성하며 리그를 대표하는 외국인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김경문 감독은 "작년까지 해커에게는 운이 잘 따르지 않았었다. 하지만 올해는 스스로 힘으로 잘해주고 있다. 초반에 점수를 줘도 계속 던지면서 역전으로 이긴 경기도 있다. 그렇게 되면 타자들도 더욱 집중해서 쳐줄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금 우리 선발진에서 해커 역할이 크다. 해커가 자기 자리에서 제 몫을 해준 덕분에 우리가 지금 좋은
위치에 있지 않나 싶다"고 덧붙였다.
해커는 이날 15승 고지를 밟으며 유희관(두산)과 더불어 이 부문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현재 추세라면 데뷔 첫 다승왕 등극도 어렵지 않을 듯 하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