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 여름 사나이라는 별칭이 붙는게 아니었다. 여름에 강한 팀 KT가 딱 1년 만에 롤챔스 결승전에 올라갔다. 나진 CJ를 연파하며 기세등등하게 치고 올라오던 KOO도 KT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KT는 21일 서울 용산 OGN e스포츠 상설경기장에서 벌어진 '2015 스베누 LOL 챔피언스(이하 롤챔스)' 코리아 서머 KOO와 플레이오프전서 1세트를 무기력하게 패했지만 2세트부터 조직력을 끌어올리면서 3-2 역전승을 거뒀다. KT는 오는 29일 서울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 5전 3선승제로 SK텔레콤과 우승을 다투게 됐다. KT는 '나그네' 김상문, '썸데이' 김찬호, '스코어' 고동빈 '애로우' 노동현 '피카부' 이종범까지 주전 선수 전원이 고루게 활약하면서 승리를 이끌어냈다. 반면 KOO는 매세트 명승부를 연출했지만 뒷심 부족으로 패전의 아쉬움을 삼켰다.
첫 발걸음은 KOO가 가벼웠다. 전력이 열세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나진과 CJ를 연파하며 끌어올린 기세를 KT와 1세트부터 유감없이 발휘했다. KOO는 '스멥' 송경호가 과감한 타워 다이브로 '썸데이' 김찬호를 상대로 거둔 퍼스트블러드 솔로킬부터 시동을 걸면서 KT를 유린했다.

연달아 봇 라인에서도 3킬을 추가한 KOO는 드래곤스택을 둘러싼 두 번의 한 타에서도 모두 대승을 거두면서 26분 56초 만에 1세트를 가져갔다. KT는 봇 2차 타워에서 벌어진 마지막 한 타에서 기막힌 이니시에이팅에도 불구하고 1킬도 올리지 못하고 전멸당하자 미련없이 서렌을 선택했다.
1세트를 허무하게 내준 KT는 2세트부터 반격의 시동을 걸었다. '스코어' 고동빈과 '피카부' 이종범이 빠르게 시야 장악을 하면서 전장의 주도권을 가져오려 했다. '나그네' 김상문은 시작부터 고동빈의 도움을 활용해 자신을 노리고 들어온 상대에게 2킬을 따내면서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KT가 초중반까지 압도적으로 앞서던 상황에서 역전 위기에 몰렸지만 초반 이득을 바탕으로 잘 성장한 '나그네' 김상문은 과감하게 백도어를 시도했다. KOO '스멥' 송경호의 럼블과 '고릴라' 강범현의 알리스타가 백도어를 막아보려 했지만 김상문은 한 편의 영화처럼 킬을 양산하면서 넥서스를 파괴하고 세트스코어를 1-1 원점으로 돌렸다.
극적인 2세트 승리는 3세트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나그네' 김상문이 2세트의 주인공이었다면 3세트는 '썸데이' 김찬호와 '스코어' 고동빈이 주연이었다. 밀고 밀리는 접전 상황에서 김찬호의 리븐은 스플릿 운영으로 KOO의 시선을 분산시켰고, 고동빈의 그라가스는 1킬 11어시스트 킬에 100% 관여하면서 2-1 역전을 견인했다.
그러나 벼랑 끝에 몰린 KOO가 4세트 KT의 상승세에 제동을 걸었다. 매치포인트까 몰린 KOO가 피즈-빅토르-베인으로 이어지는 화력조합을 꺼내들어 마오카이-렉사이-브라움 등 후반을 바라보는 조합을 힘으로 찍어눌렀다. 초반 살짝 KOO가 유리하게 경기를 풀어갔지만 10분대 초반 퍼플 탑 삼거리 부시에서 벌어진 한 타 서 대승을 거두면서 KT가 경기를 팽팽하게 만들었다.

긴장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KOO는 18분 드래곤 전투에서 대승을 거두면서 다시 흐름을 가져왔고, 26분 내셔남작의 바론버프와 함께 또 한 번 완승을 거두면서 블라인드 매치로 치러지는 5세트로 승부를 끌고 갔다.
하지만 여기서 또 한 번의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블라인드 모드로 진행된 5세트서 초반 KT가 승기를 잡았다. 블루쪽 탑 삼거리에서 KT는 '애로우' 노동현의 기막힌 궁극기 활용으로 3킬을 쓸어담으면서 승부의 추를 확 끌어당겼다. 노동현의 활약은 멈추지 않았다. 11분에서도 또 한 번 애쉬의 궁극기 '마법의 수정화살'을 '프레이' 김종인에게 적중시키면서 1킬을 추가했다.
탄력이 붙은 KT의 스노우볼은 급격하게 가속도가 붙었다. 13분 첫번째 드래곤을 차지한 KT는 1분 뒤인 14분에는 '나그네' 김상문이 레드 버프를 재치있게 훔쳐오면서 분위기를 더욱 더 고조시켰다. 내셔남작의 바론 버프 역시 주도권을 잡은 KT의 차지일 수 밖에 없었다. 23분경 KT는 그대로 KOO 중앙 2차 타워까지 철거해냈고 글로벌골드에서 1만 이상 앞서가면서 사실상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KT는 드래곤 3스택 이후 다시 한 번 '애로우' 노동현이 마법의 수정화살을 명중시키면서 7-1로 격차를 벌렸고, 30분경 내셔남작의 바론 버프를 다시 거머쥐었다. 글로벌골드서 1만 5000 이상 차이가 난 33분 KT는 KOO의 본진을 공략하면서 짜릿한 결승행의 마침표를 찍었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