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 내야수 박경수(31)가 6월 이후 꾸준한 타격감으로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박경수는 지난 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얻고 kt와 4년 총액 18억 2000만원(계약금 7억원, 연봉 2억 3000만원, 옵션 4년간 연 5000만원)에 계약했다. 박경수는 지난해 LG 유니폼을 입고 타율 2할2푼8리 출루율 3할4푼4리 장타율 0.315 2홈런 19타점을 기록했다. 따라서 kt와 계약 당시만 해도 성적에 비해 높은 금액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2003년 LG의 1차 지명을 받고 프로에 데뷔한 박경수는 지난해까지 10시즌 동안 단 한 번도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적이 없었다. 한 시즌 최다 홈런은 2008, 2009시즌에 기록했던 8홈런. 장타율은 2010시즌에 0.390를 기록한 바 있다. 타율 역시 규정 타석을 채우면서 2할7푼 이상을 쳐본 적이 없다. 하지만 kt는 박경수가 풀타임을 소화하면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본 수비 능력이나 타격적 재능이 있었기에 영입할 수 있었다.

조범현 감독 역시 “15~20홈런은 쳐줄 수 있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박경수는 그 기대에 부응하며 지난 9일 인천 SK전에서 시즌 15번째 홈런을 쏘아 올렸다. 이후 같은 날 1개의 홈런을 더 추가하며 맹활약했다. 조 감독의 평가는 틀리지 않았다. 박경수 스스로도 “감독님이 15홈런은 칠 수 있는 선수라고 하셔서 그 정도까지는 치고 싶다”라는 속내를 내비쳤는데, 이미 그 목표를 달성했다.
홈런도 홈런이지만 박경수가 가장 큰 목표로 뒀던 건 풀타임 출장과 타율이었다. 10홈런을 기록했을 때도 “안타를 더 많이 쳐야한다”며 만족하지 않았다. 그랬던 박경수는 7월 타율 4할2푼3리에 이어 8월에도 타율 3할5푼5리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탔다. 시즌 타율은 어느새 2할9푼1리까지 치솟았다. 21일 대전 한화전에선 시즌 17호 홈런과 함께 프로 데뷔 첫 100안타 고지를 밟았다. 2008년 95안타가 최다였던 박경수지만, 거의 풀타임을 소화하며 이 기록을 가볍게 갈아치웠다.
100안타에 17홈런. 박경수에게는 분명 큰 의미가 있는 기록이었다. 세부 성적을 봐도 박경수의 상승세는 놀랍다. 출루율 4할1푼 장타율 0.510으로 OPS가 0.920에 달한다. 각 팀의 주전 2루수와 비교해 봐도 손에 꼽을 수 있는 성적. OPS와 장타율은 삼성 야마이코 나바로(장타율 0.563 OPS 0.938)에 이어 2루수 중 2위다. 타율은 정근우(.307), 박민우(.306)에 이어 3위고 홈런은 나바로(34홈런)에 이어 2위. 올 시즌 홈런뿐만 아니라 정교함에 있어서도 확실히 눈에 띄는 박경수다.
kt는 아직 33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박경수가 부상 없이 남은 경기를 소화한다면 첫 20홈런 돌파는 무난해 보인다. 여기에 최근의 타격감을 유지한다면 생애 첫 3할 타율도 가능하다. 과연 올 시즌 박경수의 질주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하다. /krsumi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