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14년차에 새로운 경지를 발견한 것 같다. 정말 흥분된다.”
LG 트윈스 프랜차이즈 스타 박용택(36)은 주위사람 모두가 인정하는 ‘야구 중독자’다. 1년 365일 24시간 내내 머릿속에 야구가 가득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용택은 야구장을 떠나서도 야구와 함께한다. 시즌 중 집이나 숙소에서 휴식을 취할 때에는 야구 프로그램을 시청한다. 스프링캠프 기간 박용택의 호텔방에는 트레이닝 기구들로 가득하다. 이따금씩 후배를 불러 자신의 루틴 그대로 훈련을 시키는데 대부분은 초주검이 돼서 돌아간다. 노트북에는 메이저리그 특급타자들의 타격 영상이 담겨있다. 타격에 대한 새로운 영감이 떠오르면 즉시 풀어야 한다. 원정길 버스가 휴게소에 도착하자마자 주차장에서 배트를 휘두른 것은 잘 알려진 일화다. 박용택에게는 야구가 직업이자 취미다.

그렇기 때문에 한계를 넘어설 수 있었다. 프로 입단 당시만 해도 박용택은 지금과는 상당히 다른 타자였다. 박용택은 스스로도 “전형적인 똑딱이였다고 보면 될 것이다. 발 빠르고 단타 위주의 타격을 하는 1번 타자였다. 홈런은 꿈도 꾸지 못했었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박용택은 입단 첫 해부터 홈런 9개를 기록했다. 4년차에는 도루왕에 올랐다. 2009시즌 타율 3할7푼2리로 리그에서 가장 정교한 타격을 뽐낸 것을 시작으로 올 시즌까지 7년 연속 타율 3할대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통산 타율 3할도 이뤘다. 덧붙여 LG 트윈스 프랜차이즈 최다 홈런(166개) 타자로도 자리하고 있다.
마냥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특히 올 시즌은 시작부터 고난이었다. 지난 3월 31일 잠실 롯데전에서 뜻하지 않은 고열증상으로 겪으며 거의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타석에 섰다. 결국 다음날 엔트리서 제외됐다. 5월말에는 허리 통증을 겪기도 했다.
누구보다 자기관리에 철저한 박용택이기에 자책도 컸다. 팀 성적과 개인 성적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아 불면의 밤이 반복됐다. 시즌 중반 박용택은 “이렇게 안 풀리는 시즌이 또 있었나 싶다. 마가 낀 것 같다. 무사히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을지나 모르겠다”며 한 숨을 깊게 뱉었다.
박용택은 올 시즌에 앞서 장타력 향상을 위해 타격 메카닉을 일부 수정했다. 그러나 의도했던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홈런수는 늘어났으나 특유의 정교한 타격을 잃어버렸다. 시즌 타율도 8월 12일까지 2할대였다. 타구의 질도 안 좋았다. 우측으로 힘없이 굴러가는 내야 땅볼이 많았다. 삼진과 플라이가 반복됐다.
그런데 우연히 마주한 한 장면이 반등의 계기가 됐다. 원정 숙소에서 우연히 양준혁의 타격을 봤고, 한 손을 놓는 타격을 시도하게 됐다. 박용택은 “TV에서 양준혁 선배님의 타격을 보고 그대로 따라해 봤는데 이렇게 좋은 결과로 이어질 줄은 몰랐다”고 웃으먼서 “무언가 또 다른, 새로운 것을 깨달은 느낌이 든다. 양준혁 선배님이 그냥 대단한 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최근 박용택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축발을 깊게 파묻고 있다. 하체 움직임에도 변화를 준 것이다. 박용택은 “이 부분은 이대호를 참고하고 있다. 최근 이대호 홈런 하이라이트를 보다가 다시 느꼈다. 이대호가 타격시 하체가 고정되는 부분이 굉장히 좋은데 영상을 보면서 가져가보기로 했다”며 “하체를 고정하는 법을 새롭게 하고, 한 손을 놓는 타격을 하면서 밸런스가 무너져도 금방 회복하고 있다. 억지로 스윙궤적을 길게 가져가지 않아도 마음에 드는 궤적이 나온다”고 만족했다.
실제로 박용택은 8월에 치른 19경기에서 타율 4할9리(66타수 27안타) 2홈런 3도루 11타점 11득점 OPS 0.998으로 반등했다. 시즌 타율도 3할9리로 계속 치솟고 있다. 8월 멀티히트 경기만 9차례. 지난 22일 잠실 넥센전에선 4년 만에 끝내기안타를 터뜨리기도 했다.
박용택은 “내년이 정말 기대된다. 이 타격을 유지하고 완전히 내 것을 만들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겨울부터 할 게 참 많아졌다”며 “완전히 내 것이 된다면 타율은 확실히 올라갈 것 같다. 타구질도 더 좋아질 것이다. 프로 14년차에 새로운 경지를 발견한 것 같다. 정말 흥분된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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