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깃했던 5위 전쟁이었다.
지난 주말 광주에서 열린 KIA와 한화의 5위 전쟁은 서로 1승씩 나눠가지며 무승부를 기록했다. 한화는 2연승을 노렸지만 1차전 완승의 분위기를 살리지 못하고 2차전에서 완패, 4위 탈환에 실패했다. 그러나 1차전 완봉을 이끈 에스밀 로저스의 위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KIA는 양현종이 패했지만 2차전에서 후반의 공격 집중력을 앞세워 승부를 원점으로 세웠다. 관중만 3만6925명이 운집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5위를 놓고 뜨거운 싸움을 벌이는 양팀은 앞으로 남은 4경기에서도 한치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경쟁이 예상된다. 후반기 최대의 흥행카드 신라이벌전이 등장했다.
▲로저스 vs 양현종

챔스필드 올해 두 번째 만원관중(2만2000명)이 말해주는 이번 시즌 최대의 일전이었다. 역대 대체 용병 가운데 가장 뛰어난 볼을 던지는 로저스와 토종 에이스의 자존심 격돌이었다. 로저스의 완승이었다. 123개의 볼을 던지며 5피안타 완봉승이었다. 로저스는 이날 승리로 현재의 KBO리그 투수 가운데 가장 구위가 뛰어난 투수로 등극했다. 9회에소 150km가 넘는 직구를 던지는 괴물이었다. 양현종도 6이닝 1실점으로 호투를 했지만 투구수 부담을 이기지 못했고 시즌 5패를 당했다. 그래도 최근 3경기 호투를 펼치면서 팀의 에이스의 체면을 차렸고 방어율 1위를 굳게 지켰다.
▲이용규의 17구 접전
1차전 하이라이트는 이용규와 양현종의 17구 접전이었다. KIA 톱타자 시절 20구 접전을 벌이며 용규놀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이용규는 친정팀의 옛 동료를 상대로 다시 한번 신기술을 발휘했다. 5회 비록 2루 땅볼로 물러났지만 양현종은 17개의 볼을 던지느라 힘을 소비했고 결국 6회 만루위기에서 밀어내기 1실점이 됐다. 17개의 볼은 세 타자를 상대할 수 있는 투구수였다. KIA는 7회까지 양현종이 버티지 못한 것이 1차전 패인 가운데 하나였다. 이용규의 용규놀이가 승리의 동력을 제공했다.

▲이용규와 관중충돌
6회말 한화 중견수 이용규와 외야 측 관중이 시비가 붙었다. 한 관중이 그라운드를 향해 던진 물병과 욕설 때문이었다. 중요한 경기에서 분위기가 뜨거워지자 예상 못한 돌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용규는 순간적인 분노를 참지 못하며 관중과 말싸움을 벌였다. 팀 동료들과 심판들이 말려 흥분을 가라앉혔다. 이용규를 더욱 곤혹스럽게 만든 것은 관중들의 야유였다. KIA 톱타자로 큰 인기를 모았던 이용규는 2년전 FA 자격을 얻어 한화로 이적했다. 경기가 과열되면서 주도적인 활약을 펼친 이용규에 대한 순간적인 서운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옛 동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이용규에게는 난감한 상황이었다.
▲황대인과 박찬호의 공수 활약
고졸 2년차 유격수 박찬호는 1~2차전에서 공수에서 존재감이 있었다. 1차전에서는 0-1로 뒤진 6회말 선두타자로 등장해 역투를 거듭하던 로저스를 상대로 우월 3루타를 터트렸다. 비록 후속타때 홈에서 아웃됐지만 인상적인 타격이었다. 이어 2차전에서는 2회 득점타를 날리며 타선에 힘을 보탰다. 그리고 4회초 김경언의 깊숙한 안타성 타구를 건져내는 호수비까지 선보였다. 고졸루키 황대인은 결정적인 활약을 했다. 2차전 5-4로 앞선 7회말 1사 만루에서 대타로 등장해 권혁의 직구를 노려쳐 중견수 앞으로 굴러가는 2타점 적시타를 날렸다. 이범호가 결승홈런을 때렸지만 황대인의 대타 성공은 이날 승부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됐다. 두 젊은 선수는 활약으로 2차전은 웃었다.

▲김성근과 김기태의 신라이벌전
KIA가 7승5패로 앞서고 있지만 아직 4경기가 남았다. 김성근 감독과 김기태 감독의 지략대결도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전반기에서는 김성근 감독이 상대를 압박하는 노련한 경기운영을 앞세워 KIA를 상대로 4승3패로 우위를 점했다. 22일 1차전도 그렇게 잡았다. 그러나 후반기에서는 김기태 감독의 적극적이고 예측하기 힘든 승부수가 적중하며 4승1패로 앞섰다. 김감독은 23일 2차전에서는 다양한 작전을 구사했고 7회 대타카드를 내세워 설욕에 성공했다. 앞으로 4경기에서 양 감독으로서는 물러설 수 없는 최후의 전쟁을 벌여야 한다. 노련한 스승과 물러서지 않는 젊은 제자의 신라이벌전이 야구의 묘미를 안겨줄 전망이다./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