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이겨야 기쁘다...전북, '닥공'에서 일공일수로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5.08.24 08: 05

중국 북송 때의 시인 소동파는 관기(觀棋)라는 시를 통해 승고흔연 패역가희(勝固欣然 敗亦可喜)라는 시구를 남겼다. '이기는 사람이 기뻐하고, 진 사람도 좋아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축구에서 진 사람도 좋아하는 경우는 드물다. 자신들이 가진 모든 것을 주고 받으면서 화끈한 대결을 펼치지 않는 이상 힘들다.
전북 현대의 모습이 그렇다. 전북은 최근 경기에서 상대를 향해 일방적인 공격을 시도하지만, 한 번의 역습에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포항 스틸러스전의 0-3 패배, 전남 드래곤즈전에서의 선제 실점, 인천 유나이티드전의 0-1 패배가 그렇다. 전북은 답답하다. 원하는 경기가 나오지 않기도 하지만, 패배해도 만족할 화끈한 대결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이기지 않는 이상 기쁠 수가 없다.
최근 이런 경향은 공격축구의 선두주자인 전북을 바꾸려고 하고 있다. 전북 최강희 감독은 인천전 패배 직후 "경기 운영에 변화를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며 " 항상 어려운 경기를 하면서 집중력으로 승리했다. 초반에 적극적인 운영으로 득점을 노리고 어려운 경기가 되는식으로 똑같이 진행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사실 전반기도 최근 경기와 마찬가지였다. 다만 어떻게 해서든 골을 넣어 승리했을 뿐이다. 허베이 화샤싱푸로 이적한 에두와 이동국을 내세워 골을 넣었던 것. 경기 내용은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었지만, 상대의 수비를 우격다짐식으로 무너뜨렸다. 그러나 에두의 이적과 새로운 공격수들의 적응 등으로 인해 전반기와 같은 골이 나오지 않고 있다. 내용은 같은데 결과만 다른 것이다.
최강희 감독이 생각하는 변화는 지난해 막판 전북이 보여준 모습이다. 밸런스 축구다. 흔히 전북의 축구를 '닥공(닥치고 공격)'이라고 부르지만, 최강희 감독은 2013년 복귀한 이후의 전북에 대해 '닥공'이라고 언급한 적이 없다. 오히려 '닥공'이라는 단어에 고개를 젓고 있다. 언제부턴가 전북의 축구가 공격에만 한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전북은 공격과 수비의 밸런스를 맞추려고 한다.
최 감독은 "언론에서는 우리의 공격적인 모습을 강조했다. 난 분명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쌓여 선수들은 물론 내게 독이 되는 경기를 하게 됐다"면서 "인천전이 많은 것을 시사하는 것 같다. 그동안 홈에서 승부를 떠나 공격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만족할 내용이 나오지 않고 있다. 전술적으로 여러가지를 생각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흔히 공격은 최선의 수비라고 한다. 하지만 공격만 강조된 표현이다. 병법에서는 '일공일수(一攻一守)'라고 하고 있다. '공격은 최선의 수비이고, 수비는 최선의 공격이다'라는 뜻이다.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최근의 전북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너무 공격에 치우쳤다. 이제는 공격과 수비의 밸런스를 잡을 때다.
전북은 변화를 앞두고 있다. 그 변화는 지난 해 이미 경험한 바 있다. 전북은 우승 경쟁이 한창이던 지난해 10월 수비를 강화시켰다. 득점은 전보다 줄었지만 실점을 완벽하게 틀어 막았다. 10월부터 시즌 막판까지 치른 정규리그 10경기에서 전북은 단 2골을 내줬다. 그 2실점도 우승을 확정 지은 후에 나온 실점이었다. 전북은 그 때의 모습으로 돌아가려고 하고 있다. /sportsher@osen.co.kr
전북 현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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