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가 없다’ 드래프트에서 드러난 아마추어 현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8.25 06: 18

‘흉년’이라고 해도 여전히 투수는 귀했다. 각 팀마다 전략은 다른 법이지만 각자 가진 미래의 그림 속에서 관심 투수들은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그 공을 받아야 할 포수는 흉년 그 자체였다. 점점 수준이 떨어지는 아마추어계의 포수들을 구하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KBO 리그의 발전도 균형을 이룰 수 없다.
KBO 10개 구단은 24일 서울 양재동 더K호텔에서 열린 ‘2016 KBO 신인지명회의’를 가졌다. 모든 구단이 활용할 수 있는 10장의 지명권을 모두 쓰며 총 100명의 선수가 이날을 통해 프로 입문의 기회를 가졌다. 100명 중 투수가 총 50명, 야수가 총 50명으로 절묘한 조화도 이뤄졌다. “올해는 쓸 만한 투수 자원이 예년에 비해 부족하다”라는 평가도 나왔지만 일단 투수들은 자신들의 지분을 어느 정도 가져갔다.
그런데 야수를 따져보면 내야수가 28명, 외야수가 17명인 것에 비해 포수는 단 5명이 호명됐다. 물론 포수 자체의 자원이 적은 만큼 지명되는 선수의 수가 적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비율로 따져봐도 포수들은 수난을 겪은 드래프트였다. 투수는 전체 355명 중 50명으로 14.1%가 지명됐고 내야수는 262명 중 28명으로 10%가 조금 넘었다. 외야수는 201명 중 17명으로 8.5% 정도였다. 그러나 포수는 66명 중 5명으로 7.6%만이 지명을 받았다.

순위도 낮았다. LG의 4라운드 전체 34번 지명을 받은 김기연(광주진흥고)이 가장 높은 순번에서 불린 포수였다. 나머지 선수들은 드래프트 중반 이후라고 볼 수 있는 60번 뒤로 밀렸다. 두산 신창희(대구고)가 65번, KIA 신범수(동성고)는 78번, 한화 박상언(유신고)은 79번, 그리고 삼성 김융(성균관대)이 전체 90번 지명을 받았다. 그나마 이들은 지명을 받았다는 점에서 ‘선택된’ 선수들이었다. 넥센의 1차 지명을 받은 주효상까지 합쳐도 6명만이 바늘구멍을 뚫었다.
현재 KBO 리그는 포수 전력을 가지고 고민을 하는 팀들이 많다. 그런 측면에서 “현재 가지고 있는 기량은 조금 떨어지더라도 미래를 대비해 포수 전력을 확보하는 팀들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전체적인 기류는 냉정함이었다. 대다수의 구단들은 “뽑을 선수가 안 보인다”라는 말로 아마추어계의 포수난을 에둘러 설명했다.
포수 출신의 한 구단 관계자는 “지난해 지명된 포수들의 면면을 살폈을 때 ‘저 선수가 저렇게 높은 순번에서 지명 받을 이유가 있나’라는 생각이 드는 선수들이 있었다. 그런데 현재 아마추어의 포수 자원을 보면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은 무리를 해서라도 잡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 관계자는 “기본이 부족하다. 프로에 오면 다 싹 뜯어고쳐야 한다. 자연히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대로 가다간 포수들은 계속해서 외면을 받을 텐데, 그렇다고 뽑지 않을 수도 없으니 고민은 더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포수 출신 관계자는 “다들 알다시피 포수는 오랜 기간 만져야 대성할 수 있는 포지션이다. 스스로의 노력이나 타고난 감도 필요하지만 그 어느 포지션보다 기본이 중요하고 어린 시절부터 그런 기본을 잡아줘야 할 필요가 있는 포지션”이라면서 “요즘은 고등학교에도 투수코치나 타격코치는 있다. 하지만 배터리 코치까지 있는 팀은 사실상 없다. 이런 환경에서 좋은 포수감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예전에는 어느 정도 재능을 가진 선수라면 프로에서 성공할 수 있었지만 요즘은 시대가 다르다”라고 일침을 놨다.
하지만 야구가 계속되는 한 포수에 대한 필요성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현재 KBO 리그 포수들의 기량이 계속 하향평준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본다. 한 해설위원은 “다들 방망이 치는 것에만 관심이 있지 수비나 투수리드에 대해 치열하게 공부하는 선수가 별로 없다”고 한탄했다. 아마추어에서 포수가 등한시되는 경향도 여전하다. 한 구단 관계자는 “얼마 전에 우연찮게 초등학교 리틀 야구를 하는 광경을 본 적이 있다. 그런데 어떤 부모가 ‘왜 우리 아이에게 포수를 시키느냐’라고 감독에게 따져 경기가 시작되지도 못하더라”라고 혀를 찼다. 여전히 포수는 3D업종으로 남아있다는 의미다.
포수는 한 번 자리를 잡으면 쉽게 주전을 내주지도 않고 선수들의 평균 수명도 긴 포지션이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KBO나 구단 차원에서의 지원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한 관계자는 “KBO가 유소년 야구 육성을 위해 여러 사업을 벌이고 있다. 아마추어에서도 프로 투수 출신이나 타자 출신의 지도자들이 있는 만큼 포수 쪽 인스트럭터를 충원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순회 교육이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포수 자원 키우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마추어 쪽에서도 지원을 절실히 기대하고 있는 부분이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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