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곧 기록입니다. 숫자만으로도 녹색 다이아몬드가 머릿속에 펼쳐질 수 있다는 사실은 야구만이 갖는 매력이 아닐까요. 그라운드의 숨은 기록을 새롭게 밝혀내 독자 여러분께 즐거움을 드리겠습니다.
전교 1,2등이 한 반에. 올해 KBO리그를 주름잡고 있는 두 명의 야수, 에릭 테임즈(NC)와 박병호(넥센)의 경쟁이 치열하다. 대기록을 향해 달려가는 이들 2명의 선수 가운데 시즌 MVP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문제는 둘 다 1루수다. 누군가는 골든글러브를 놓치게 될텐데, 그러면 '가장 놓은 타격성적으로 골든글러브를 받지 못한 선수'로 이름을 남길 가능성이 높다.
전통적인 기록만 살펴보면 홈런과 타점은 박병호가, 타율과 도루는 테임즈가 낫다. 그렇지만 재가공된 기록들을 보면 올해 테임즈는 박병호보다 더 좋은 야수였다. 당장 OPS만 하더라도 테임즈가 1.268, 박병호가 1.160을 기록 중이다. OPS 0.100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그만큼 올해 테임즈가 놀라운 시즌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박병호가 기록중인 OPS 1.160 역시 다른 해였으면 넉넉하게 리그 1위를 기록할만한 수치다.

하지만 8월 3주차에는 박병호가 테임즈를 맹추격했다. 시즌 팀 득점에 몇 점이나 기여를 했는지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기록, RC(Ruus Created)를 보면 테임즈가 24일 현재 148.67로 1위, 박병호가 141.03으로 2위를 달리고 있다. 지금까지 테임즈가 박병호보다 팀 득점에 7점 이상 기여를 했다는 의미다.
그런데 사실 둘의 격차는 많이 좁혀졌다. 지난 주 성적 때문이다. 박병호는 주간 RC 5.20을 기록했다. 평소보다는 조금 더디게 RC를 쌓았다. 오히려 테임즈가 더 부진했는데, 주간 RC 1.11을 기록했다. 주간성적을 보면 그 이유가 드러나는데, 박병호는 지난 주 타율 2할8푼6리 1홈런에 OPS 0.947을 기록한 반면 테임즈는 주간타율 1할8푼2리 OPS 0.582에 그쳤다. 11타수 2안타, 안타 2개 모두 단타였다.
지난 주 테임즈는 다리가 좋지 않아 100% 컨디션이 아니었다. 김경문 감독이 경기 중 갑자기 빼기도 했다. 긴 시즌을 치르다보면 부침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테임즈는 힘겨운 한 주를 보냈다. 덕분에 박병호는 테임즈를 맹추격하며 1루수 골든글러브 희망을 이어간 한 주였다.
현재 포지션별 RC 1위는 다음과 같다. 포수: 강민호(롯데,88.13) 1루수: 테임즈(NC,148.67) 2루수: 나바로(삼성,92.61) 3루수: 박석민(삼성,86.64) 유격수: 김하성(넥센,75.13) 외야수: 유한준(넥센,105.38) 최형우(삼성,96.13) 아두치(롯데,92.07) 지명타자: 이승엽(삼성,90.89) /cleanupp@osen.co.kr
*RC란? 빌 제임스가 고안한 스탯으로 팀 득점에 몇 점이나 기여했나를 보여준다. 득점기여에 대한 누적기록이기 때문에 연간 골든글러브 수상자 예측에 알맞다. 기본적인 공식은 출루율에 총루타수를 곱하는 것인데, KBO 리그 공식 기록업체인 스포츠투아이는 자체적으로 수정을 거듭한 RC를 제공하고 있다.
(기록) 스포츠투아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