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급 학교 배구 활성화를 위한 KOVO(한국배구연맹, 이하 연맹)의 지원금이 적절한 분배가 이뤄지지 않아 비용 대비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고교와 대학의 양보가 절실한 시점이다.
드래프트를 통해 신인을 선발하는 남녀 구단들과 연맹은 매년 20억 정도의 금액을 초중고와 대학에 지원하고 있다. 지난 2014~2015 신인 드래프트를 마친 뒤에도 약 21억7000만원이 넘는 금액이 각급 학교에 지원됐다. 22억에 육박하는 지원금은 결코 부족한 금액이 아니다. 하지만 이것이 상급 학교에 치중되어 있다는 점이 문제다.
남자부 학교들이 약 11억1000만원, 여자부 학교들이 약 10억6000만원을 받았다. 선수를 배출한 학교와 그렇지 못한 학교 간의 차이는 꽤 있다. 남자부의 경우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은 선수가 거쳐간 중, 고등학교와 대학교만 지원금을 챙길 수 있었다. 15개 대학 중 9개 학교가 금전적 지원을 받았지만, 중, 고등학교는 지원금을 받은 학교가 절반도 되지 않았다. 여자부는 모든 중, 고등학교가 지원금을 받기는 했지만 지명 선수들의 출신학교가 압도적으로 많은 금액을 가져갔다.

문제는 이 지원금이 선수가 가장 최근에 몸담은 학교인 대학(남자부)과 고교(여자부)에 심하게 치중되어 있어 매년 20억 가까이 투자가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소년 배구 활성화는 실현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남자부는 대학이 지원금의 69.4%를 독점하고 있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금액이 줄어 초등학교는 3.8%밖에 받지 못하고 있다.
여자부는 더욱 심각하다. 대학의 경우 프로 선수를 배출하지 않기에 지원금이 지급되지 않지만 고등학교가 88.5%를 챙겨갔다. 나머지는 중학교의 몫이고, 초등학교에 대한 지원은 전혀 없었다. 20억이 아마추어 팀들에 돌아가고 있기는 하지만 중, 고등학교와 대학 배구의 근간이 되는 유소년 배구에 투자되는 비율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극히 적다.
지금까지 200억이 넘는 금액을 지속적으로 내놓으면서도 감시가 소홀했던 부분을 인정한 연맹은 앞으로의 지원금이 좀 더 유소년들을 위해 쓰일 수 있게 하기 위한 방안을 생각하는 중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배구가 마르면 상급학교, 궁극적으로는 프로배구까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풀뿌리 배구를 살리는 일이 시급하다.
물론 연맹에서 주는 지원금이기 때문에 고교와 대학을 설득하는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분배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할 경우 상급 학교들의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해 프로와 아마추어 사이에 갈등과 분쟁이 생기면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은 선수들이다. 선수는 구단과 연맹의 최고 자산이므로 연맹에서도 최대한 갈등 없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라고 있다. 한 연맹 관계자도 "강제로 분배하게 되면 많은 문제가 따를 수 있어 그렇게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뜻을 밝혔다.
그렇다면 문제를 해결할 열쇠는 대학교(남자부)와 고등학교(여자부)가 쥐고 있다. 10년 넘게 200억 이상의 금액을 내놓으면서도 강제로 조치하지 않는 것만 하더라도 연맹은 이미 양보를 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대학과 고교는 지금 한 발 물러나지 않는다면 유소년 배구의 몰락에 대한 면죄부를 갖기 어렵다.
엄밀히 말하면 양보라고 하기도 어렵다. 지금 받을 지원금의 비율을 줄여 초등학교 배구에 투자한다면 그 결실은 1~20년 뒤 그대로 고등학교와 대학교가 가져갈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금보다 더 좋은 선수들을 많이 스카웃하기 위해서라도 상급학교들의 아름다운 결단이 필요하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