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고지전이 벌어지고 있는 5위 싸움에서 KIA가 자신들이 확보한 진지를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경쟁팀들과의 격차가 조금씩 벌어지는 양상이다. ‘버티는 힘’을 과시한 KIA가 이번에는 ‘올라가는 힘’까지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다.
KIA는 25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이번 주 첫 경기에서 마운드가 끈질기게 버틴 끝에 연장 10회 천금의 결승점을 뽑아 1-0으로 이겼다. SK전 6연승을 내달린 KIA(56승55패)는 5할 승률을 지키며 5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6위 한화(55승58패)와의 승차는 2경기가 됐으며 5위 싸움의 끝머리에 있는 8위 SK(50승58패2무)와의 승차는 이제 4.5경기가 됐다.
한동안 ‘5할 본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끈질기게 5할에서 버텼던 KIA는 7월 들어 성적이 떨어졌다. 젊은 선수들을 대거 중용, 신선한 충격을 줬지만 역시 객관적인 전력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한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7월 26일까지 성적은 41승47패로 리그 7위였다. “그래도 잘하고 있다”라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KIA의 성적 기대치는 한참 아래였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KIA는 7월 28일부터 30일까지 열린 SK와의 3연전에서 모두 극적인 뒤집기 승리로 3연승을 내달리더니 31일부터 8월 2일까지 열린 한화와의 3연전도 모두 쓸어담는 쾌조의 신바람을 내며 단번에 5할을 회복했다. 당시 5·6위를 달리고 있던 한화와 SK를 끌어내렸다는 점은 두 배의 수확이었다. 결국 8월 15일 LG전 승리로 5위를 탈환했고 8월 18일 이후로는 꾸준히 5위를 유지하고 있다.
당초 5위 싸움을 벌일 것으로 예상했던 한화와 SK가 최근 완전히 기가 꺾인 가운데 KIA의 상승세는 더 눈에 들어온다. KIA는 여전히 젊다 못해 어린 선수들이 많은 타선에는 약점을 가지고 있는 팀이다. 김주찬 등이 복귀를 앞두고 있지만 획기적으로 폭발력이 좋아지기는 어렵다. 하지만 마운드가 탄탄하다. KIA는 후반기 팀 타율이 2할6푼1리로 리그 9위지만 평균자책점은 4.29로 리그 3위다. 8월 평균자책점은 4.02로 NC(3.02)에 이은 리그 2위이기도 하다.
후반기 들어 18승11패로 리그 3위 성적을 내고 있는 KIA는 이제 역시 힘을 잃고 주춤하고 있는 4위 넥센(59승53패1무)와의 격차도 그리 크지 않다. 현재 넥센과 KIA의 승차는 2.5경기다. 물론 넥센이 전력과 현재 상황에서 모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산술적으로 뒤집지 못할 것도 없다. 일단 5위 수성에 포커스를 맞출 법한 KIA지만 현재 승차를 유지한다면 막판 기회가 찾아올 수도 있다. 4위와 5위는 엄연히 다르다.
과제는 타선과 선발진 정비다. 불펜은 에반 믹과 윤석민이라는 쌍두마차가 버티는 가운데 대다수의 요원들이 자신의 몫을 하고 있다. 시즌 막판까지 힘을 유지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선발진은 양현종, 스틴슨, 임준혁을 제외한 나머지 두 자리에 확실한 얼굴이 부족하다. 결국 ‘잡는 경기를 확실히 잡는’ 지금까지의 스타일이 얼마나 꼬이지 않고 이어질 수 있느냐가 관건으로 볼 수도 있다. 10개 구단 그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는 패기와 분위기가 상쇄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