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는 시스템 야구를 지향한다. 2005년 심정수(은퇴)와 박진만(SK) 이후 외부 FA 선수를 영입하지 않았다. 대신 내부 육성에 초점을 맞췄다. 차우찬, 김상수, 정인욱, 심창민, 배영섭, 이지영, 박해민, 구자욱 등 1군 전력을 자체적으로 키워냈다. 거슬러 올라가면 최형우, 박석민, 채태인 등 현재 주축 타자들도 내부 육성의 전형이다.
선수들의 입대 관리 계획도 잘 구축돼 있다. 구단 차원에서 집중 육성할 재목은 일찌감치 입대시키며 미래를 대비했고 포지션별 순환도 잘 이뤄진다. 박석민(내야수), 이지영(포수), 구자욱(외야수)은 대표적인 성공 사례. 팀내 주요 육성 대상으로 분류됐던 이들은 상무에서 기량을 향상시키며 팀내 핵심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2004년 삼성의 1차 지명을 받았던 박석민은 2006년부터 2년간 상무에서 병역 의무를 수행하며 기량이 급성장했다. 박석민은 복귀 첫해(2008년) 타율 2할7푼9리(416타수 116안타) 14홈런 64타점을 기록하며 채태인, 최형우와 함께 삼성 타선의 세대 교체를 이끌었다.

당시 구단의 한 관계자는 "박석민이 전역 후 어느 정도 해줄 것이라는 기대는 했으나 이 정도로 잘 할 줄 몰랐다"고 호평하기도. 그는 "상무는 개인훈련 시간이 많아 웨이트 트레이닝과 러닝 훈련을 열심히 한 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진갑용이 지키는 삼성의 포수진은 '넘사벽' 그 자체. 육성선수 출신 이지영은 2년간 프로 무대를 경험한 뒤 상무 입대를 선택했다. 그는 2년간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며 일취월장했다. "계속 경기에 뛰다 보니 타격, 수비 등 전체적인 부분에서 여유가 생겼다. 계속 뛰니까 좋아졌다"는 게 이지영의 설명.
류중일 감독은 "상무에 머무르고 있는 이지영의 기량이 많이 늘었다는 보고를 받았다. 송구가 좋고 적극적인 배팅을 펼쳐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신인 드래프트에서 이지영보다 뛰어난 포수가 있다면 데려 오고 그렇지 않으면 뽑지 마라"고 지시할 만큼 그의 성장에 큰 기대를 걸었다. 진갑용의 뒤를 받치며 기회를 노렸던 이지영은 이젠 자타가 공인하는 삼성 안방의 주인이 됐다.
올 시즌 신인왕 0순위로 꼽히는 구자욱도 상무 출신 성공 사례 가운데 한 명이다. 한 시즌을 소화한 뒤 조기 입대한 그는 상무에서 외야로 전향했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몸이 부쩍 좋아졌다. 구단 관계자는 "입대 전보다 확실히 달라진 모습"이라고 흐뭇한 반응을 보였다. 그에게 상무 입대는 야구 인생의 터닝 포인트나 다름없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상무에 입대한 김헌곤(외야수)은 올 시즌 퓨처스 리그를 지배할 만큼 빼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25일까지 타율 3할4푼(300타수 102안타) 11홈런 73타점 69득점 18도루를 기록했다. 김헌곤은 "1군에 있을땐 어떻게 해서든 살아 남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심했는데 이젠 컨디션이 좋든 나쁘든 꾸준히 경기에 나갈 수 있으니 마음이 편해졌다"며 "상무는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릴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을 갖췄다"고 엄지를 세웠다.
이처럼 상무 출신 선수들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1군과는 달리 경기 출장 기회가 많고 웨이트 트레이닝 등 개인 훈련을 소화할 시간이 많다. 또한 숙식 환경이 1군 못지 않게 뛰어나다. 상무 코칭스태프와 구단의 끊임없는 소통은 선수들의 성장에도 큰 도움이 된다. 구자욱의 외야 전향이 좋은 사례다. 구단 관계자는 "상무의 성공 사례가 많다 보니 상무 입대를 선호하는 선수들이 부쩍 늘었다"고 귀띔했다. /what@osen.co.kr
박석민-이지영-구자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