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를 위해 신혼생활도 미룬 ‘새댁’ 양지희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5.08.26 07: 32

국가대표로 뛰기 위해 신혼의 단꿈도 잠시 미룬 선수가 있다. 국가대표 센터 양지희(31, 우리은행)가 주인공이다.
위성우 감독이 지휘하는 여자농구대표팀이 아시아여자농구선수권 출전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대표팀은 26일 오전 결단식을 가진 뒤 27일 오전 결전지 중국 우한으로 출국한다. 첫 경기는 29일 챔피언 일본이다. 이후 30일 곧바로 개최국 중국과의 결전이 기다리고 있다.
문제는 높이다. 라이벌 일본은 아시아 최고센터 도카시키 라무(24, 192cm)가 버티고 있다. WNBA 시애틀 스톰에서 활약하는 그는 최근 기량이 더 좋아졌다는 평가다. 개최국 중국도 설욕을 벼르고 있다. 한국은 2014 인천 아시안게임서 우승했다. 하지만 세계선수권과 날짜가 겹친 일본과 중국은 인천에 사실상 2진을 파견했다. 이번 아시아선수권이 진정한 시험무대다.

한국은 신정자(35, 신한은행, 185cm)와 하은주(32, 신한은행, 202cm)가 없다. 대신 여고생센터 박지수(17, 분당경영고, 195cm)와 배혜윤(26, 삼성, 181cm)이 새로 선발됐다. 기존 양지희(185cm)와 곽주영(31, 신한은행, 183cm)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26일 광신정산고와 경기를 마친 양지희는 “2년 전에 아시아선수권 나갈 때 언니들이 많았다. 나이가 많았지만 언니들에게 많이 의지했다. 지금은 의지할 언니가 없다. 좀 더 책임감이 생겼다. 어깨가 무거워졌다”고 말했다.
위성우 감독은 남고생 선수들을 가상의 ‘도카시키 라무’로 설정해 실전과 같은 연습을 진행했다. 양지희는 “2년 전에 우리가 도카시키 수비를 잘 못했다. 몸싸움이나 그런 부분에서 부족한 부분이 되게 많았다. 보완하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그 때 나와 (강)영숙 언니가 가장 컸다. 지금은 (박)지수가 있다 보니 믿음직하다”며 웃었다.
동료들이 생각하는 박지수의 기량은 어떨까. 양지희는 박지수와 더블포스트를 보면서 높이를 극대화하기도 했다. 양지희는 “저 정도로 잘 하는지 몰랐다.(웃음) 와서 보니까 한국여자농구가 든든하다. 다음 시즌부터 프로에서 함께 뛰어야 하는데 만만치 않겠다는 생각도 든다. 국대에서 든든한 무기가 생긴 것 같다. 그래도 지수가 프로에 와도 우승은 우리가 할 거다”라며 농담을 했다.
곱상한 외모와 달리 양지희는 골밑에서 가장 터프한 선수다. 양지희의 포스트업을 막던 남고센터가 엉덩방아를 찧을 정도로 저돌적이었다. 그는 “감독님이 항상 말씀하시는 것이 한국센터가 미들슛이 좋다고 한다. 제 이름을 빼놓고 이야기하신다. 다른 센터가 미들슛이 좋으니까 나는 포스트업으로 안에서 비벼서 바깥으로 빼주는 것을 많이 하려고 한다. 항상 리바운드가 열세였지만 이제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드리려 한다”고 각오를 새롭게 했다.
든든한 플레이처럼 양지희는 10년 넘은 아식스 농구화 모델을 고집하고 있다. 만화 슬램덩크에서 정대만이 신었던 그 모델이다. 양지희는 “농구화가 바뀔 때마다 발목을 다쳤다. 나이키는 모델이 빨리 바뀌어서 농구화 구하기가 어렵다. 고등학교 때부터 아식스를 10년 넘게 신었다. 밑에 깔창을 따로 끼니까 쿠션도 괜찮다”고 밝혔다.
양지희는 지난해 4월에 결혼한 ‘새댁’이다. 결혼 후 처음 맞은 비시즌에 국가를 위해 봉사하고 있다. 그는 “결혼한 지 1년 됐다. 국가대표에 와서 대만과 호주를 갔다 왔다. 국가대표 끝나면 바로 시즌이다. 남편을 볼 기회가 별로 없다. 남편은 힘이 되어 주려고 하는데 항상 미안한 마음이 있다. 그런데 언니들이 가끔 봐야 더 애틋하고 좋다고 한다”며 수다를 떨었다.
달콤한 신혼도 뒤로 미룬 양지희는 그만큼 각오가 대단했다. 그는 “우리가 세대교체를 했다. 일본이나 중국이 우리를 만만하게 생각한다고 들었다. 자존심이 상한다. ‘일본에게 정말 지더라도 곱게 지지는 말자 한 대 때리고 나오자’고 한다. 젊은 패기로 언니들의 노련미를 이기려고 한다. 좋은 성적을 거두고 왔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 jasonseo34@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