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KBO리그 FA 시장은 돈 잔치가 벌어졌다. 19명의 선수가 FA 계약을 체결한 몸값 총액이 630억5000만원이었다. 시즌 전 미국에서 돌아와 KIA와 총액 4년 90억원으로 FA 역대 최고액에 계약한 윤석민의 몸값까지 더하면 700억원이 훌쩍 넘는다. 계약 첫 해 시즌 막판으로 향하는 시점, FA 대박 선수들의 희비교차가 극명하게 이뤄지고 있다.
▲ FA 모범생, 투자의 이유 증명
삼성은 선발과 구원의 핵심인 윤성환과 안지만에게 각각 80억원과 65억원을 투자했다. 계약 당시만 하더라도 너무 큰 금액이 아니냐는 우려의 눈길도 없지 않았지만 첫 해 투자의 결실을 맺고 있다. 윤성환은 23경기 154⅓이닝 12승7패 평균자책점 3.38. 역대 FA 투수 시즌 최다승을 이미 달성했다. 안지만 역시 49경기 3승2패26홀드 평균자책점 3.55로 홀드 1위를 달리며 건재하다. 두 투수가 없었자면 삼성의 1위는 어렵다.

FA 이적생 중 최고액 84억원을 받으며 롯데에서 두산으로 이적한 장원준도 투자의 이유를 증명하고 있다. 23경기 138⅓이닝 11승8패 평균자책점 3.25 퀄리티 스타트 15경기로 꾸준함을 자랑하고 있다.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가 부상으로 고생한 두산으로서는 장원준 영입이 신의 한 수. 선발진 걱정 없이 시즌을 나는 것이 오랜만이다.
한화 권혁도 32억원의 몸값이 비교적 싸게 느껴질 정도로 FA 투수 잔혹사를 씻고 있는 모범생 중 하나다. 64경기에서 구원투수 최다 94⅔이닝을 소화한 그는 8승10패15세이브4홀드 평균자책점 4.56을 기록 중이다. 후반기 들어 피로 누적으로 하락세가 뚜렷하지만 전반기 한화 돌풍의 중심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역대 FA 투수 최다세이브 기록도 세웠다.
역대 FA 최고 몸값에 빛나는 KIA 윤석민도 선발과 마무리 보직을 두고 논란이 없지 않았지만 리그 최고 소방수로 KIA 상승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 42경기 1승5패25세이브 평균자책점 2.89를 기록 중이다. 5개의 블론세이브가 있지만 윤석민이 막아준 25세이브가 더 의미 있다. KIA의 고질적인 소방수 부재 문제를 한 번에 해결했다.
50억원을 받고 LG에 잔류한 박용택은 팀 성적 부진에도 고참으로서 고군분투 중이다. 102경기 타율 3할1푼 118안타 14홈런 58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LG 팀 내 최고 타율 및 최다 안타·홈런·타점으로 무너진 타선을 홀로 이끌다시피 하고 있다.
▲ 몸값이 무색한 FA 부진 선수들
반면 야수 중 역대 최고 86억원에 도장을 찍은 SK 최정은 잦은 부상의 여파로 몸값을 하고 있다. 71경기 타율 3할5리 74안타 14홈런 49타점 OPS .957. 표면적인 성적은 나쁘지 않지만 그 선수가 최정이라면 다르다. 무엇보다 팔꿈치·어깨·허리·허벅지·발목 등 각종 부상으로 39경기를 결장한 게 뼈아프다. 승부처에서 결정력도 예년만 못해 여러모로 실망스럽다.
SK 김강민도 56억원의 몸값이 무색하게 느껴진다. 무릎 부상으로 5월말에야 시즌을 시작한 김강민은 63경기 타율 2할5푼 52안타 3홈런 19타점 OPS .671로 기대치를 한참 밑돌고 있다. 지난 2년간 눈에 띄게 오름세였던 장타력이 감퇴했고, 도루도 4개에 그칠 정도로 주루도 예전만 못하다. 최정과 함께 올 시즌 SK 추락에는 김강민의 부진이 큰 지분을 차지한다.
한화 투수 송은범도 34억원을 받고 스승 김성근 감독과 재회했지만 회생의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22경기 2승8패1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7.95. 선발(7.90) 구원(8.22) 모두 평균자책점에서 나타나듯 부진에 부진을 거듭했다. 두 번이나 2군에도 다녀왔지만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선발과 구원 모두 허약하기 짝이 없는 한화 마운드에서 송은범의 부진은 치명타다.
▲ 대박 선수 능가하는 FA 반전남들
FA 대박 선수들의 활약을 능가하는 헐값의 FA 반전남들도 있다. 한화 김경언이 대표적이다. 3년 총액 8억5000만원으로 우선협상기간 계약 선수 중 최저액에 계약한 김경언은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가성비'가 최고다. 76경기 타율 3할5푼6리 95안타 13홈런 62타점 OPS .986으로 모든 기록에서 데뷔 후 최고 성적을 내고 있다. 웬만한 대박 FA 선수들을 압도하는 활약으로 역대 최고 모범생으로 자리 잡을 기세다.

kt 박경수도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FA 대박 선수들의 활약을 뛰어넘으려 한다. 4년 총액 18억2000만원에 kt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박경수는 대박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데 첫 해 성적은 여느 FA 대박 선수가 부럽지 않다. 110경기 타율 2할9푼4리 104안타 19홈런 57타점 OPS .937. 첫 100안타를 돌파한 그는 첫 3할 타율과 20홈런까지 목전에 두고 있다. 데뷔 13년 만에 찾아온 최고 시즌이 FA 계약 첫 해이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