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 폭스의 깜짝 반란, 홈런+4안타 폭발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5.08.26 23: 41

한화 외국인 타자 제이크 폭스(33)가 포수 마스크를 쓰고 KBO 데뷔 후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포수 출장과 홈런 그리고 끝내기에 5안타까지 폭스의 날이었다. 
폭스는 26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삼성과 홈경기에 2회 대타로 교체출장, 결승 홈런 포함 6타수 4안타 1타점으로 활약했다. 포수로 교체 출장하는 등 공수에서 인상적인 활약으로 한화의 10-9 연장 끝내기 역전승을 견인했다.
한화는 1회 안영명이 경기 시작부터 6연속 안타를 맞고 5실점하며 강판되자 선발 포수 조인성까지 동시에 교체했다. 조인성에 이어 정범모가 포수 마스크를 썼지만 5회 공격에서 대타 정현석으로 교체돼 경기에 빠졌다. 이날 3번째 포수 박노민이 1군 엔트리에서 말소돼 포수로 나올 수 있는 선수는 2회 대타 출장 후 3회부터 우익수로 나간 폭스밖에 남지 않았다. 6회초 포수 장비와 마스크를 쓴 폭스가 등장하자 관중들은 뜨거운 환호를 보냈다.

폭스는 외야수로 분류돼 있지만 원래 포지션은 포수였다. 지난 2003년 메이저리그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 전체 73수위로 시카고 컵스에 지명됐는데 포수로 입단했다. 이후 타격에 전념하는 차원에서 3루수·1루수 그리고 외야수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야구를 처음 시작할 때 포수였기에 애착이 크다. 최근 팀 훈련 때 포수 마스크를 쓰고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했다.
그리고 이날 삼성을 맞아 폭스는 깜짝 포수 데뷔전을 가졌다. 2004년 한화 엔젤 페냐, 2014년 넥센 비니 로티노에 이어 KBO리그 사상 3번째 외국인 포수가 등장한 순간. 6회부터 신인 투수 김민우와 배터리로 호흡을 맞춘 폭스는 포구 자세가 다소 높지만 안정감 있는 블로킹과 프레이밍을 자랑했다. 김민우 역시 폭스가 안방을 지키자 더욱 자신 있는 투구를 했다. 김민우-폭스 배터리는 6~8회 3이닝 연속 무실점으로 삼성의 공격 흐름을 완벽하게 차단시켰다. 연장 11회까지 6이닝 동안 포수로 활약했다. 
여세를 몰아 폭스는 8-8 동점으로 맞선 7회말 홈런까지 터뜨렸다. 김경언의 극적인 투런포로 8-8 동점이 된 7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 폭스의 한 방이 터졌다. 삼성 필승맨 안지만의 2구 바깥쪽 134km 슬라이더를 걷어 올렸다. 맞는 순간 쭉쭉 뻗은 타구는 좌중간 담장을 그대로 넘겼다. 비거리 125m, 솔로포. 폭스의 KBO 데뷔 두 번째 홈런이 결정적인 상황에서 나왔다. 
폭스는 2회 첫 타석부터 삼성 3루수 박석민의 실책에 가까운 플레이에 힘입어 내야 안타로 첫 출루했다. 4회에는 장원삼에게 깨끗한 중전 안타를 뽑아냈다. 이어 9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임창용을 상대로 우중간 펜스를 맞히는 큼지막한 2루타로 폭발했다. KBO 데뷔 첫 4안타 경기. 대타로 경기 중반부터 뛰었지만 우익수와 포수를 분주히 오가며 펄펄 날았다. 연장 11회초에는 박한이의 2루 도루를 저지하기도 했다. 
경기 후 폭스는 "감독님이 기회를 주셔서 편안하게 경기를 임할 수 있었던 게 좋은 스윙으로 이어졌다. 기회를 준 감독께 감사하다. 경기 전 포수로 나갈 수 있느냐고 물어보았을 때 팀 승리에 도움이 되면 언제든 나갈 준비가 되어있다고 이야기했다"며 "오늘 포수로서 좋았다기보다 어떤 포지션이든 열심히 해서 팀 승리에 공헌할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기쁘다. 앞으로도 팀 승리에 계속 보탬이 되고 싶다"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나이저 모건의 대체 외국인 타자로 지난 5월 한화에 합류한 폭스는 4경기 만에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 무려 84일 동안 공백기를 가졌다. 부상 복귀 후에도 주로 대타로 나오며 출장 기회가 제한돼 있었지만 이날 공수에서 인상적인 플레이로 존재감을 높였다. 포수 폭스의 반란, 한화의 역전극을 완성했다. /waw@osen.co.kr
대전=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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