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들어 팀 성적이 곤두박질쳤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한화와 SK가 공교롭게도 나란히 같은 날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는 또 하나의 ‘공통점’을 공유했다. 처져 있던 팀 분위기에 청량음료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화와 SK는 26일 나란히 극적인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한화는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서 1회 먼저 5점을 내주는 등 끌려갔으나 끝까지 물고 늘어진 끝에 결국 연장 11회 터진 김태균의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10-9로 이겼다. 이에 조금 앞서 SK는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경기에서 2-4로 뒤진 9회 정상호의 극적인 끝내기 3점포가 터지며 단숨에 3점을 뒤집었다.
어려운 흐름 속에서 나온 끝내기 승리였다. 그래서 더 값졌다. 한화는 1회 5점을 내주는 과정에서 선발 안영명이 아웃카운트 하나도 잡지 못한 채 마운드를 내려갔다. 상대가 선두 삼성임을 고려하면 경기가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흐름이었다. 그러나 김기현(2⅓이닝) 송창식(1이닝) 박정진(⅓이닝) 김민우(5이닝) 권혁(2⅓이닝)을 총동원한 끝에 기어이 따라 잡아 역전승을 거뒀다. 9회 마지막 수비에서 1점을 내줘 연장에 돌입했다는 심리적인 피로감까지 이겨낸 드라마였다.

SK도 마찬가지였다. 25일까지 KIA전 6연패의 수렁에서 허덕였던 SK는 이날 패할 경우 5위 KIA와의 승차가 5.5경기로 벌어져 사실상 5강 싸움에서 밀려나는 양상이었다. 그리고 빈약한 타선은 1-4로 뒤진 8회 무사 1,3루 기회에서 1점을 내는 데 그쳤고 9회에는 상대 마무리 윤석민이 2점차 리드를 안고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SK는 베테랑들이 힘을 낸 끝에 주자를 불렸고 결국 정상호의 ‘한 방’으로 경기를 끝냈다. 문자 그대로 기사회생이었다.
끝내기 승리가 비정상적(?)으로 많아진 최근 KBO 리그 흐름에서 어차피 똑같은 1승일 수는 있다. 끝내기 승리가 다음 경기 결과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유의미한 통계 자료도 부족하다. 그러나 8월 들어 좀처럼 기분을 낼 만한 승리가 많지 않았던 두 팀이라면 이야기가 조금은 달라질 수 있다. 당초 5위 자리를 놓고 다툴 것이라던 두 팀은 8월 성적이 쭉쭉 떨어지며 결국 아래에 있던 KIA의 추월을 지켜봐야 했다.
실제 두 팀의 8월 성적은 26일 승리에도 불구하고 밑바닥에 있다. 한화는 8승13패(.381)로 공동 8위, SK는 7승14패(.333)로 리그 최하위다. 8월 중 한화는 충격적인 7연패 수렁에 빠졌었고 SK는 5연패 1번, 3연패 2번을 기록하는 등 흐름이 완전히 바닥까지 처진 모습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극적인 끝내기 승리는 상대적으로 더 큰 의미가 될 수 있다. 상대 팀들이 보는 시선도 같을 수는 없기 마련이다.
두 팀이 4위까지 넘보기는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때 역시 현실적인 기준은 가을야구 마지막 티켓이 주어지는 5위다. 현재 KIA가 5할 승률에서 귀신같이 버티며 열흘 정도 5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한화가 1경기 뒤져 있고 SK는 3.5경기가 뒤져 있다. 남은 경기는 30~33경기 정도고 두 팀 모두 KIA와의 맞대결이 남아 있어 희망은 가질 만하다. 롯데·LG도 살아나는 추세지만 아직은 KIA·한화·SK의 3파전으로 보는 시각이 꽤 많다.
이제 서로의 약점을 얼마나 보완하며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됐다. 한화는 김경언 최진행 이용규 폭스 등 전력 이탈자들이 차례로 돌아와 타선 쪽은 이제 거의 대부분 정비가 됐다. 다만 한화의 끈질긴 야구를 끌어가던 핵심인 마운드가 지쳐 있다는 점은 단점이다. 김성근 감독의 수계산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SK는 마운드는 어느 정도 살아나고 여유가 있는 반면 타선이 워낙 맞지 않고 있다. 최정 김강민 이재원 등 해줘야 할 선수들이 제 컨디션을 최대한 빨리 찾는 것이 중요하다. /skullboy@osen.co.kr
26일 경기 끝내기의 주역, 김태균(왼쪽)과 정상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