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김강민, SK 그라운드 리더가 필요하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8.27 06: 00

큰 기대를 걸고 투자를 했지만 냉정히 말해 아직까지의 활약상은 기대에 못 미친다. 지난해 소속팀 SK와 대형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한 최정(28)과 김강민(33)의 이야기다. 그러나 많은 돈을 준 데는 그만큼의 이유가 있다. SK가 가을에 가기 위해서는 두 선수가 그라운드 위에서의 리더가 되어야 한다.
SK는 26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KIA와의 경기에서 2-4로 뒤진 9회 터진 정상호의 끝내기 3점포에 힘입어 역전승했다. 한발자국만 뒷걸음질 쳤다면 벼랑이었는데 간신히 밀려나지 않은 모양새가 됐다. 5위 KIA와 5.5경기까지 벌어질 수 있었던 격차를 3.5경기로 줄였기 때문이다. 만약 SK가 5위 싸움의 승리자가 된다면, 이 가장 큰 분수령으로 남을 법한 경기였다.
타선, 또 타선이었다. 모든 관계자들의 이목이 여기에 쏠렸다. SK는 최근 마운드는 재정비를 마친 상태로 다시 힘을 내고 있는 상황이었다. 전날(25일)도 지기는 했지만 10이닝 동안 1실점밖에 하지 않았던 SK였다. 그러나 타선이 1점을 내지 못하고 영봉패의 수모를 당했다. 때문에 그런 타선이 언제쯤 살아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최근 SK 마운드의 흐름만 놓고 보면, 5점이면 승리에 이를 확률이 높다는 계산은 이미 서 있었다.

선봉장은 김강민과 최정이었다. SK는 최근 타격감이 극도로 부진한 두 선수를 2번과 3번에 놓는 강수를 썼다. 역시 타격감이 부진한 이재원이 빠진 상황에서 SK로서는 반드시 두 선수가 활약해야 점수에 이를 가능성이 높은 타순이었다. 김용희 감독은 최근 타선의 부진을 기술적인 요소와 심리적인 요소의 복합체로 보면서 “돌파구를 마련할 선수가 필요하다”라고 했는데 이날 라인업에서는 두 선수가 그런 임무를 맡은 셈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대실패했다. 최정은 발목 부상 복귀 후 3경기에서 안타가 하나도 없었다. 6타수 무안타였다. 아직은 타격감이 완벽히 올라왔다고 볼 수 없었다. 김강민은 이날 경기 전까지 최근 10경기 타율이 1할4푼3리였다. 주기상으로 한 번쯤 올라올 때가 됐는데 좀처럼 그렇지가 않았다. 이날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기를 간절히 바란 SK였지만 이날도 반등포는 터지지 않았다. 오히려 흐름이 자주 끊겼다.
김강민은 3타수 무안타 2삼진, 그리고 최정은 4타수 무안타 3삼진에 병살타 하나를 쳤다. 만약 이날 경기에서 졌다면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성적이었다. 하지만 일단 정상호가 두 선수의 처진 어깨를 다시 펴게 했다. 그렇다면 지나간 일은 잊고 앞으로를 내다봐야 한다. 두 선수가 살아나야 팀도 살 수 있다는 명제는 여전히 유효한 까닭이다.
변명거리는 있을지 모른다. 최정은 부상으로 두 차례 2군행을 경험했다. 발목 부상은 운까지 따르지 않았다. 급한 팀 사정 속에 일단 조기에 복귀하는 쪽을 선택했지만 보름가량의 공백에 처진 감이 금방 돌아올 리는 없다. 시범경기에 무릎을 다쳐 시즌 첫 두 달을 날린 김강민은 여전히 타격감이 정상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심리적으로 쫓길 수밖에 없다. 두 선수 모두 이날 타격 뒤 안 풀린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러나 이들이 그라운드에서 팀을 이끌지 못하면 SK 타선의 폭발은 요원해진다. 물론 SK에도 리더는 많다. 정신적 지주인 박진만이 있고 선수단 전역을 누비는 주장 조동화가 있다. 그러나 확고한 주전이라고는 볼 수 없다. 한계가 있다. 이른바 ‘풀타임’ 주전 선수 중 극적으로 팀을 구해낸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 바로 최정과 김강민이다. 나이, 덕아웃에서의 지배력을 떠나 이들이 실력으로 그라운드에서 동료들을 끌어가야 한다. 과연 142억 듀오가 선봉에 설 수 있을까. 이제 SK에는 33경기가 남아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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