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카운트 하나만 잡으면 되는데…".
한화 신인 김민우(20)가 다시 한 번 인상 깊은 투구를 하고도 한 끗 차이로 승리를 놓쳤다. 김민우는 지난 26일 대전 삼성전에서 4회부터 5번째 투수로 구원등판, 5이닝 2피안타 2볼넷 6탈삼진 1실점 역투를 펼쳤다. 프로 데뷔 후 가장 많은 이닝과 85개의 공을 던졌으나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지 못해 눈앞에서 승리를 놓쳤다.
한화가 3-8로 뒤진 5회 등판한 김민우는 6회부터 제이크 폭스와 배터리로 호흡을 맞추며 6개의 삼진을 뽑아내는 힘을 발휘했다. 탈삼진 6개 역시 개인 최다기록. 9회 2사까지 볼넷만 1개를 허용했을 뿐 안타를 하나도 주지 않았다. 그 사이 한화 타선도 삼성 불펜을 무너뜨려 9-8로 역전, 김민우의 프로 데뷔 첫 승이 눈앞에 다가왔다.

그러나 김민우는 이승엽에게 우중간 빠지는 2루타를 맞은 뒤 박한이에게 볼넷을 줬다. 니시모토 다카시 투수코치가 올라왔지만 마무리 권혁을 투입하는 대신 김민우를 그대로 밀어붙였다. 김민우는 대타 이지영과 승부를 붙었으나 우익수 앞 빠지는 적시타를 허용하며 9-9 동점이 됐다. 결국 권혁에게 마운드를 넘기며 마운드를 내려가야 했다.
이날 경기뿐만이 아니다. 데뷔 첫 선발등판이었던 지난달 25일 대전 삼성전도 4⅔이닝 동안 안타없이 4볼넷 2탈삼진 1실점 역투를 펼쳤으나 선발승 요건까지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겨놓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어 26일 삼성전까지 두 번이나 승리까지 아웃카운트 하나가 모자라서 놓쳤다.
김민우는 "올해 승운이 없는 듯하다"며 웃은 뒤 "아웃카운트 하나가 아쉽다. 첫 승리가 어렵지만 다음 경기에 다시 노려보겠다"고 말했다. 비록 눈앞에서 두 번이나 데뷔 첫 승을 놓치며 아쉬움을 삼켰지만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김민우의 성장세를 감안하면 데뷔 첫 승을 할 날도 머지않았다.
김민우는 이날 전광판 기준으로 최고 146km 직구와 함께 최저 104km 느린 커브 그리고 뚝 떨어지는 포크볼까지 구사하며 리그 1위 삼성 타선을 제압했다. 김민우는 "전체적으로 제구가 잘 돼 자신 있게 던질 수 있었다. 니시모토 코치님도 힘 빼고 자신감 갖고 던지라고 하셨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김민우는 "얼마 전부터 구속이 떨어졌다. 140km도 나오지 않아 뭔가 문제인가 싶어 혼자 고민도 했다"며 "이틀 쉬니까 스피드가 잘 나왔다. 휴식이 도움이 된 것 같다. 결정구로는 포수 폭스가 포크볼을 적극적으로 요구했다. 직구로 카운트를 잡고 포크볼과 커브를 던진 게 좋았다"고 말했다.
선발과 구원 가리지 않고 리그 최강팀 삼성을 상대로 인상 깊은 투구를 한 것에서도 나타나듯 김민우에게는 두둑한 배짱이 있다. 그는 "잘하는 팀과 붙을수록 오히려 부담 없이 하게 된다"고 말했다. 첫 승의 길이 멀고 험하지만, 이 같은 성장통을 통해 김민우가 더욱 강하게 크고 있다. /waw@osen.co.kr

대전=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