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식(44) 대전 감독이 현실을 초월하는 이상으로 한국 축구에 굵직한 메시지를 던졌다.
대전 시티즌은 지난 29일 오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서 열린 2015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라운드 28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와 원정 경기서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다. 전반 9분 한의권의 선제골로 앞섰지만 2분 뒤 케빈의 동점골, 전반 35분 이천수에게 프리킥 결승골을 내주며 1-2 역전패했다. 광주전 승리로 반등하나 싶더니 2연패를 당하며 다시 내리막길이다. 지금까지 '꼴찌' 대전의 성적표는 2승 5무 21패. 의심의 여지 없는 가장 유력한 강등후보다.
최 감독은 이날 경기 전 '기술축구'와 '공격축구'를 천명했다. "서울과의 전반전이 끝난 뒤 우리 팬들을 생각했다. 좋은 영화를 보러 왔는데 눈이 감기면 졸리기 마련이다. 팬의 입장에서 축구 색깔을 보려고 한다. 황인범이 나를 만났듯 기술 있는 선수를 발굴하려고 한다. 그래야 한국 축구도 성장하고, 기술 있는 선수도 나온다. 팬들도 더 많이 경기장을 찾을 것이다."

최문식 감독은 현역 시절 한국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이름을 날렸다. 한차원 높은 기술과 예측불허의 패스로 보는 이들을 감탄케 했다. 그는 감독이 된 지금도 자신의 축구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당장 눈앞에 닥친 성적 보단 먼 미래를 내다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 감독의 바람직한 이상도 현실에 쫓길 수밖에 없다. 감독은 성적으로 모든 걸 말한다. "기술 축구를 하고 싶은데 승패가 부담이 된다"는 그의 말 속에 고민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최 감독은 "중요한 건 철학을 굽히지 않는 것보다 실패를 거듭하면서 발전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한국 축구는 강한 상대를 만나도 1등, 약한 상대를 만나도 1등을 원한다"고 성적 지상주의에 매몰된 한국 축구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최 감독의 말처럼 한국 축구는 철저히 뿌리부터 성적 지상주의를 쫓는다. 학원 축구에서 기술과 창의성은 자취를 감춘지 오래다. 감독의 고압적인 지시에 창의성 있는 개인기와 패스할 여유는 눈녹듯 사라진다. 전방으로 볼을 걷어내기에 바쁘다. 프로 세계도 마찬가지다. 성적이 우선시 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공격적이고 기술적인 축구가 사라지고, 수비적이고 밋밋한 축구가 대세가 됐다.
'꼴찌팀' 최 감독의 뼈 있는 말은 그래서 한국 축구에 많은 것을 시사한다. "대전도 뿌리 깊은 나무가 되어야 한다. 감독 부임 후 두 달 정도 됐으면 기술 있는 선수를 발굴해야 할 때다. 물론 프로는 성적도 중요하지만 첫 번째는 발굴이고, 두 번째는 육성이다. 기성용과 이청용이 없을 때 그들을 대신해 해외서 활약할 선수를 배출할 밑거름을 만들어야 한다. 승패는 두 번째다. 보이지 않는 축구 발전을 위해 기술적인 선수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육성할 것이다."/doly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