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두산 베어스 불펜을 지탱하는 키 플레이어는 함덕주(20)다. 경기 전에는 팀 투수조 막내로 음료수가 든 아이스박스를 옮기는 것이 자주 보이지만, 경기가 시작되면 그런 어린 것만 같은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그가 없는 불펜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비중이 커진다.
함덕주는 이번 시즌 55경기에서 6승 1패 2세이브 9홀드, 평균자책점 4.17을 기록하고 있다. 자신의 첫 풀타임 시즌인 올해 첫 두 자릿수 홀드도 눈앞에 두고 있다. 전반기에는 2승 2세이브 7홀드, 평균자책점 5.56이었던 함덕주의 성적이 후반기 들어서는 4승 1패 2홀드, 평균자책점 2.78로 좋아졌다. 후반기 홀드보다 승리가 많은 것은 그만큼 승부처에 나와 실점 없이 상대 타선을 막았다는 의미다.
전반기와 후반기를 비교했을 때 평균자책점이 정확히 절반으로 줄어든 주된 요인은 마음가짐의 차이다. "(전반기 좌타자 위주로 상대할 때는) 꼭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지금은 1이닝을 맡겨주셔서 마음이 편해졌다. 예전에는 볼넷을 주면 바로 교체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함덕주의 설명이다. "마운드 위에서 여유가 생긴 것 같다"는 김태형 감독의 평가와도 일치한다.

구종이 바뀌지는 않았지만, 볼 배합의 변화만으로도 타자들은 함덕주를 공략하기 어려워졌다. 그는 "예전에는 우타자를 상대로 변화구를 체인지업과 커브만 던지다가 (몸쪽으로) 슬라이더도 던지게 되니 슬라이더가 좋아서라기보다 예상하지 못한 공이라서 통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140km대 중, 후반의 포심 패스트볼에 여러 변화구들이 동반되면 타자들은 머릿속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최근 믿음직한 피칭을 보여준 덕분에 자주 중용되어 피로감을 느낄 만도 하지만, 젊어서인지 괜찮다고 말한다. 연투에 대한 질문에 함덕주는 "몸 풀 때는 연투에 대한 부담감도 있지만 던질 때는 괜찮다. 시즌 초에 4연투를 했다가 안 좋아서 지금은 안 하고 있고, 3연투 정도는 괜찮다"고 답했다. 지난 주말 잠실에서 있었던 한화와의 2연전에서는 가능하면 아끼겠다는 김태형 감독의 방침에 따라 이틀 연속 쉬며 체력 충전도 했다.
코칭스태프도 함덕주의 성장에 미친 영향이 크지만, 가까이서 보는 선배 유희관의 도움도 있었다. 두 좌완투수는 스프링캠프 때부터 룸메이트로 함께하고 있다. 체력적인 부담은 혹시 없는지 다시 묻자 함덕주는 "잘 먹어서 체력적인 부담이 없다. 룸메이트가 (유)희관이 형인데 맛있는 것도 많이 사주시고 잘 해주신다"라고 말했고, 지나가던 유희관이 이 이야기를 듣고 기뻐하기도 했다.
유희관은 함덕주에게 경기에 대한 조언까지 아끼지 않는다. "못 던졌을 때 중요한 시점의 볼 배합에 대한 이야기나 조언도 많이 해주셨다"며 함덕주는 좌완 선배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유희관도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후배를 위해 무엇이든 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우타자를 상대할 때 체인지업이 좋지 않아서 힘들었는데 지금은 슬라이더를 섞어서 괜찮아진 것 같다. 제구도 잘 되고 편하다"며 좌, 우 타자를 모두 상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한껏 내보인 함덕주의 목표는 더 많은 이닝이다. "전반기에 너무 이닝이 적었다"며 아쉬워한 그는 "앞으로 더 많이 던져야겠다고 생각한다"는 말로 더 자주 나와 팀 승리에 기여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