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디젤 SUV의 삼국지가 완성 됐다. 르노삼성자동차의 QM3가 독주하고 있던 시장에 쌍용자동차의 티볼리 디젤과 쉐보레의 트랙스 디젤이 뛰어들면서 제대로 된 ‘삼국지’가 열리게 됐다.
지난 달 25일, 마지막 주자로 트랙스 디젤이 모습을 보이면서 시장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세 모델은 ‘소형 SUV’라는 범주로 묶이기는 하지만 제각기 확실한 개성을 갖고 있다. 마지막 주자인 트랙스 디젤이 공개 되면서 그 색깔은 더욱 뚜렷해졌다. QM3가 아름다운 디자인에 뛰어난 연비 성능으로 운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면, 티볼리 디젤은 세련 된 디자인과 SUV 명가의 DNA를 무기로 시장에서 힘을 내고 있다.
그렇다면 트랙스 디젤은 어떤 매력을 담고 있을까? 최근 영종도 일대에서 열린 미디어 시승행사에서 트랙스 디젤이 던진 매력은 ‘디젤의 참맛’이었다. 다른 두 경쟁자들에 비해 SUV의 특성을 가장 잘 갖추고 있었다. 약간의 투박함은 있었지만 디젤 SUV에서만 느낄 수 있는 ‘거칠게 달리는 맛’이 트랙스에는 있었다.

영종도 일대는 도로의 특성이 다양한 편이다. 고속도로는 아니지만 곧게 뻗은 해안도로가 있고, 구릉을 오르내리는 와인딩 코스도 있다. SUV의 운전 특성을 느끼기에 꽤나 괜찮은 조건이다. 게다가 한국지엠은 배를 타고 섬으로 들어가는 코스까지 준비했다. 대부분의 섬은 도로 상황이 그 어느 지역보다 다이내믹하다.
트랙스 디젤이 ‘디젤 SUV’의 특성을 가장 잘 보여준 데는 한국지엠의 전략에서부터 시작 된다. 트랙스 디젤 출시를 알리는 한국지엠의 소개자료에는 온통 디젤 본연의 특성을 강조하는 문구로 가득 차 있다.
한국지엠은 트랙스 디젤을 두고 ‘소형 SUV의 교과서’라는 수식을 썼다. 뿐만 아니라 1.6리터 디젤 엔진에 대해서는 ‘동급 최강의 퍼포먼스’와 ‘유러피언 주행 감성’이라는 표현을 썼다. 제조사의 세팅 의도는 운전자에게 그대로 전해졌다.

한국지엠은 트랙스의 디젤 엔진을 소개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GM 유럽에서 개발하고 독일 오펠(Opel)사에서 생산하는 4기통 CDTi(Common rail Diesel Turbo Injection) 디젤 엔진이 트랙스에 실렸다. 한국지엠은 오펠사의 디젤 엔진이 ‘말리부 디젤’을 통해 우리나라 운전자들에게 친숙하다고 판단했다. 말리부 디젤에는 오펠의 2.0 디젤 엔진이 장착 돼 있다. ‘말리부 디젤’의 성공을 통해 ‘오펠 디젤’이 충분한 신뢰도를 갖췄다고 보고 있었다.
쉐보레에 있어 1.6리터 오펠 디젤 엔진은 ‘정숙성과 퍼포먼스가 뛰어나고 실주행 연비가 높은’ 파워트레인이다. 토크 밴드의 폭이 넓어 2.0 디젤 엔진 수준의 성능을 낸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변속기는 GM의 전륜구동 차량 전용 3세대 6단 자동변속기가 짝을 이뤘다. 전세대에 비해 효율이 20%가 개선 됐다는 설명이다.

자, 이런 조합으로 갖춰진 트랙스 디젤 파워트레인의 성능은 어떨까? 유로 6 환경 기준을 만족하면서 135마력의 최대 출력을 냈다. 최대토크는 32.8kg.m다.
쌍용차의 티볼리 디젤은 마찬가지로 배기량 1600cc이지만 최대 출력은 115마력, 최대 토크는 30.6kg.m이다. 르노삼성차의 QM3는 1.5리터 엔진에 90마력, 최대토크 22.4kg.m의 스펙을 갖추고 있다. 물론, 티볼리와 QM3에는 트랙스에는 없는 다른 매력이 있다.
시승에서 트랙스 디젤이 가장 강하게 심어준 인상도 역시 퍼포먼스였다. 엔진은 굳이 배기량 얘기를 끄집어내지 않는다면 2000cc라 해도 크게 의심을 받지 않을 법했다. 아무데서나 뛰고 달리는 디젤 SUV의 특성에 잘 어울리는 파워트레인이었다.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공간 활용성도 트랙스 디젤의 장점이다. 트랙스 디젤은 전장이 4,245mm, 전고가 1,670mm로 티볼리의 4,195mm, 1,600mm, QM3의 4,125mm, 1,565mm보다 크다. 6:4 분할 폴딩 2열 시트와 풀 플랫 방식을 적용한 동반석 시트를 모두 접으면 최대 적재용량은 1,370리터가 나와 요긴하게 쓸 수 있다.

외관 디자인은 트랙스 가솔린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다만 시승행사에 나온 디젤 차들의 옆면에 화려하게 새겨진 ‘디젤 이노베이션(Diesel Innovation)’이라는 문구가 차체와 제법 잘 어울리는 것을 보면 디자인에도 변화의 필요는 제기 될만했다.
안전성이 강조 된 것도 눈길을 끌었다. 쉐보레 트랙스에는 초고장력 강판이 66% 이상 사용 돼 높은 충돌 안전성을 확보했다.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 Insurance Institute for Highway Safety)가 발표한 ‘2015 가장 안전한 차(Top Safety Pick)’로 선정 된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트랙스 디젤의 출시로 우리나라 소형 디젤 SUV 시장은 새로운 동력을 얻게 됐다. 각기 다른 세 가지 개성을 지닌 소형 디젤 SUV를 두고 소비자들은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됐다.

쉐보레 트랙스 디젤의 가격은(자동변속기 기준) LS 2,195만원, LS 디럭스 패키지 2,270만원, LT 2,355만원, LT 레더 패키지 2,436만원, LTZ 2,495만원이다. /100c@osen.co.kr
[동영상] 고프로 히어로4 실버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