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욱(삼성)이 2경기 연속 완벽투를 선보이며 자신을 향한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꿔 놓았다.
부상과 부진 속에 1군 무대에 지각 합류한 정인욱은 불안 그 자체였다. 지난달 14일 광주 KIA전서 선발 등판 기회를 얻었으나 3이닝 9실점으로 무너졌다. 23일 대구 롯데전 ⅔이닝 6실점, 28일 대구 두산전 ⅔이닝 2실점 등 마운드에 오를때마다 얻어 터지기 일쑤였다.
정인욱은 30일 대구 LG전서 2이닝 무실점 쾌투를 뽐냈지만 점수차가 큰 상황이었고 상대 타선의 무게감이 떨어지다보니 평가를 미루는 분위기였다.

정인욱은 1일 마산 NC전서 데뷔 첫 세이브를 거두며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삼성은 2-3으로 뒤진 8회 김상수와 박해민의 적시타로 4-3 역전에 성공했고 9회 이승엽의 투런포를 앞세워 6-3으로 달아났다.
하지만 9회 마운드에 오른 임창용이 이종욱에게 동점 스리런을 얻어 맞는 바람에 승부는 원점. 삼성은 연장 10회 박해민의 중전 안타, 나바로의 좌중간 2루타로 7-6으로 승기를 가져왔다.
삼성은 10회말 수비 때 임창용 대신 정인욱을 투입했다. 1점차 리드 상황에서 정인욱을 투입하는 건 다소 의외에 가까웠다. 정인욱은 모창민(헛스윙 삼진), 박민우(좌익수 뜬공), 김준완(헛스윙 삼진)을 삼자 범퇴 처리하며 데뷔 첫 세이브를 신고했다.
삼성은 탄탄한 마운드를 바탕으로 리그 최고의 강팀으로 군림했다. 기존 자원은 리그 최정상급이지만 삼성 왕조가 오랫동안 지속되기 위해서는 마운드의 새 얼굴이 나와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큰 위기가 도래할지도 모른다.
외부 영입보다 내부 육성에 주력 중인 삼성은 해마다 히트 상품을 배출시키고 있지만 투수보다 타자의 비중이 절대적이었다. 고졸 5년차 심창민이 아직까지 막내 신세를 면치 못하는 것도 삼성 마운드의 현실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구단 내부에서도 "투수 가운데 새 얼굴이 없다"고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이러한 가운데 정인욱의 2경기 연속 완벽투는 '가뭄 뒤 단비'와도 같다. 정인욱에게 호투 비결을 묻자 "특별한 건 없다. 그동안 노력했던 게 이제서야 빛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인욱은 이어 "감독님께서 과할 만큼 믿어주셨는데 제대로 보답하지 못했다.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늘 막내 동생과 같았던 그가 드디어 철이 든 것 같은 느낌이랄까.
선발과 중간 모두 활용 가능한 정인욱이 구위를 되찾는다면 마운드 운용에 한결 여유가 생긴다. 그의 호투가 반가운 이유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