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 안영명이 말하는 스포츠심리학 효과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5.09.02 13: 17

"스포츠심리학에 무심이라는 용어가 있다. 생각 없는 무념의 상태에서 오히려 더 집중하게 된다".
한화 우완 안영명(31)은 공격적인 투수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투구 템포가 더욱 빨라졌다. 안 그래도 공격적인 투구를 하는 투수인데 템포를 빠르게 가져가니 상대 타자들이 생각할 틈도 주지 않는다. 보는 이로 하여금 시원시원한 인상을 주는 안영명의 투구 템포는 한화 야수들도 덩달아 힘나게 한다.
안영명은 "투구 템포를 빠르게 가져가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야수들을 생각해서였다. 올해 우리팀 야수들이 굉장히 많은 훈련을 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피로를 줄여주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빠른 투구 템포가 내 몸에 맞는다는 것을 느꼈다. 투구 밸런스도 여러모로 잘 잡힌다"고 이야기했다.

또 하나는 스포츠심리학 공부를 통해 얻은 깨달음이다. 그는 "조금 더 기술적으로 이야기하면 타자들이 생각할 시간을 전혀 주지 않으면서 윽박지르고 압도하기 위함이다. 스포츠심리학에서 '무심'이란 용어가 있다. 생각이 없는 무념 상태에서 더욱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안영명은 데뷔 초부터 어린 나이에도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포커 페이스를 유지했다. 그래서 멘탈이 좋은 선수로 불렸다. 여기에 공익근무로 군복무를 하던 시절 스포츠심리상담사 3급 자격증을 땄다. 그것이 실전 경기력에서도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스포츠심리학을 배운 것이 투구하는데 있어서도 도움이 된다. 투구 템포를 길게 가져가봤자 괜히 이 생각, 저 생각만 난다. 차라리 아무 생각 없이 상대타자에 집중하는 게 확실히 낫다. 로저스의 빠른 템포 투구를 보고서도 느낀 게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무조건 아무 생각이 없는 건 아니다. 1일 KIA전에서 안영명은 101개 공 중 직구가 25개에 불과했지만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은 뒤 직구를 결정구로 쓰는 역발상 투구를 했다. 경기 중반 이후 다시 주무기 슬라이더로 타이밍을 빼앗았다. 안영명은 "포수 (조)인성이형과 이닝마다 투구 패턴을 바꿨다. 투심도 많이 던지면서 타자들의머리를 복잡하게 하는 볼 배합 유도를 했다"고 말했다. 마운드 위에선 무념으로 던지지만 이닝이 끝나고 쉴 때마다 투구 전략을 미리 짜놓는다.
템포를 더욱 빠르게 가져간 지난달 21일 대전 kt전부터 최근 3경기에서 14이닝 동안 홈런 5개를 맞았지만 이에도 크게 흔들림 없이 다음 투구로 넘어간다. 무심의 힘이다. 특히 홈런 5개 중 4개가 솔로포로 데미지가 덜했다. 그는 "공이 조금 몰리더라도 자신 있게 던지려 한다. 주자가 나가면 더 집중해야 하는데 실투를 줄여야겠다"고 스스로에 과제를 부여했다.
어느새 9승을 따내며 한화 투수로는 4년 만에 10승 투수 탄생을 눈앞에 두고 있다. 아홉수에 걸리는 선수가 많은데 무심 투수 안영명에게는 걱정할 거리가 아니다. "굳이 10승을 하려고 하는 건 아니다. 매경기 나가서 내 몫을 하다 보면 10승도 하고, 11승도 할 수 있다"는 게 안영명의 말이다. 그에게는 어느 투수들에게 없는 무심 패스트볼이 있다. /waw@osen.co.kr
청주=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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