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 D'도 A로 만드는 넥센의 품앗이 DNA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5.09.02 14: 23

넥센 히어로즈가 내야수들의 잇단 부상 속에서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넥센은 지난 1일 목동 LG전에서 투타 활약을 앞세워 11-2 완승을 거뒀다. 넥센은 이날 승리로 28일 사직 롯데전부터 4연승을 질주했다. 최근 치열한 상위권 경쟁 속에서 4위를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똑같이 4연승을 달린 3위 두산과 3경기 차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예상보다 좋은 페이스다. 넥센은 지난달 28일 김민성이 발목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데 이어 윤석민이 다음날 발가락 골절로 제외됐다. 30일 경기에서는 내야 유틸리티 자원 김지수가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다. 순식간에 내야 주전, 주전급 백업이 3명이나 경기에 뛸 수 없게 됐다.

계속 잇몸으로 버티던 넥센은 결국 1일 라인업을 대폭 바꿨다. 박병호가 LG 소속이었던 2011년 4월 22일 잠실 KIA전 이후 1593일 만에 3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3년차 유망주 장시윤은 데뷔 첫 선발 출장을, 그것도 유격수로 나섰다. 서동욱 역시 1루수로는 시즌 처음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내야의 '터줏대감' 박병호가 공격을 이끌며 3안타(1홈런) 4타점으로 활약했고 서동욱도 2안타(1홈런) 4타점으로 오랜만의 1군 경기에서 승리를 견인했다. 장시윤은 2회 무사 2루에서 2루주자를 3루에서 잡아내는 등 여러 차례 호수비로 팀을 도왔다. 넥센은 7경기 연속 두자릿수 팀 안타를 때려내며 전혀 줄지 않은 화력으로 LG를 꺾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염경엽 넥센 감독은 "시즌 내내 보고 싶지 않았던 '플랜 D'"라고 한숨을 쉬면서도 "우리 선수들은 누가 하나 빠진다고 질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강)정호가 빠져서 약해질 거라고 생각했다면 이 자리까지도 못왔을 것이다. 시즌 초 (서)건창이가 빠졌을 때도 그랬다"며 선수들에 대한 믿음을 보였다.
경기 후 박병호는 "3루수로 선발 출장했는데 팀에서 내게 어떤 플레이를 기대하는지 알고 있었다. 1회 수비가 아쉬웠지만 피어밴드가 괜찮다고 해 고마웠다"고 말했다. 서동욱은 "2군에서 계속 기회를 받아서 준비를 하고 있었다. 팀 순위 싸움에 올인하겠다"고 밝혔다. 장시윤 역시 "실수만 하지 말자는 생각이다.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올 시즌 넥센은 강정호의 부재와 서건창의 긴 부상이라는 두 가지 악재 속에 지난해보다 낮다면 낮은 순위에 위치해 있다. 그러나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티면 된다'는 선수들의 의지는 여전히 위를 바라보고 있다. 넥센이 서로 돕는 '품앗이' DNA로 '플랜 D'라는 말을 무색하게 만들었다./autumnbb@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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