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끝내라" 이현승을 소방수로 바꾼 한 마디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09.03 13: 00

두산 베어스 불펜이 달라졌다. 젊은 선수들의 선전과 더불어 이현승(32)이 마무리로 자리를 잡아준 덕분이다.
선발로 시범경기에 들어갔다가 손가락 부상 후 셋업맨으로 시즌을 시작, 성공적으로 마무리 보직에 연착륙한 이현승은 2승 1패 12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3.15로 두산의 뒷문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마무리 체질은 아니다. 공 하나에 울고 웃으니 힘들다.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생각한다"고 말하며 결코 쉽지 않음을 고백했다.
'마무리' 이현승이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된 것은 지난달 7일 잠실 넥센전 이후였다. 당시 이현승은 크게 여유 있는 상황에 나와 1이닝 6피안타 1탈삼진 5실점으로 무너졌다. 벌어놓은 점수가 많아 팀은 승리했지만, 그에겐 좋은 기억이 아니었다. 이현승은 "그때 감독님이 처음으로 화를 내셨다. 마운드에 다 오시지도 않고 '니가 끝내라'라고 하시더라. 그때 이후로 모든 공을 베스트로 던지려고 한다"며 그때를 돌아봤다.

그날 이후 이현승은 달라졌다. 10경기에서 12⅔이닝 동안 단 1실점으로 호투하며 1승 5세이브를 따냈다. 다른 팀 마무리에 비해 유난히 주자가 있는 접전 상황에, 그리고 8회에 등판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눈에 띄는 점에 대해 그는 "터프 세이브 부담은 없다. 어린 투수들이 잘 해주는데 뭔가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뒤에 형이 있으니 편하게 던지라고 말할 수 있다"며 문제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러한 이현승의 활약이 더해지며 두산은 8월 불펜 평균자책점 3.96으로 10개 구단 중 2위를차지했다. "어떻게든 잘 막고 팀이 이기게 하고 싶었다. 막으면서 팀 불펜에 대한 시선도 잘라지는 것 같다. 크게 달라진 건 어린 선수들의 자신감이다. 특히 요즘 경기들을 통해 특히 덕주가 정말 많이 변했다. 올해보다 다음 시즌이 더 기대된다"는 말로 이현승은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 된 불펜의 발전에 기뻐했다. 투수조장다운 말이었다.
체력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3연투까지는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해보니까 할 수 있겠다 싶었다"는 것이 이현승의 생각이다. 대신 마무리로 돌아선 뒤에는 팀 성적이 좋지 않으면 때로 일주일 가까이 등판하지 않는 날도 있었기에 휴식할 틈은 있었다.
포스트시즌 단골인 두산에서 뛰어 가을 경험이 많을 것 같지만, 가을잔치에 참가했던 것은 현대 유니콘스에서 뛰던 2006년과 두산 이적 후인 2010년이 전부다. 올해는 다시 우승을 노려볼 수 있는 적기. 물론 삼성 라이온즈와 NC 다이노스 등 강적들이 있지만 이현승이 주축이 된 불펜이 지금과 같다면 두산도 이들을 위협할 도전자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이현승은 "올해 우승을 꼭 해야 되는 이유는 지금 멤버가 가장 좋기 때문이다. 강팀이 많지만 우리도 좋은 선수들이 많다"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각오를 표현했다. 김태형 감독의 말처럼 이번 시즌을 마무리짓는 투수도 이현승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nic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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