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외로워서 더 아쉬웠던 권순태의 A매치 데뷔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5.09.03 21: 52

권순태(31, 전북)의 A매치 데뷔전은 외로웠다. 그래서 더 아쉬웠던 무대였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FIFA 랭킹 57위)은 3일 오후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라오스(174위)와 2018 러시아 월드컵 2차예선 2차전서 8-0 대승을 거뒀다. 슈틸리케호는 오는 8일 레바논(133위) 원정길에 올라 3차전을 벌인다. 2연승을 달린 한국은 승점 6점으로 G조 선두로 올라섰다. 한국은 전반 이청용, 손흥민, 권창훈의 릴레이 골과 후반 석현준, 손흥민, 권창훈, 손흥민, 이재성의 연속 골을 묶어 대승을 매조지했다.
권순태는 지난 2006년부터 전북의 골문을 지켰다. 상무(2011~2012년) 시절을 제외하곤 9년간 전북의 수호신으로 활약했다. 2009, 2011, 2014년엔 K리그 우승에 일조했다. 특히 지난 시즌엔 34경기, 19실점 맹활약으로 3년 만의 우승에 주역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유독 태극마크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연령별 대표팀을 거쳐 A대표팀에도 이름을 올렸으나 A매치 데뷔전의 기회를 잡지는 못했다. 최근에도 꾸준한 소속팀 활약에도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김승규(울산) 등에 밀려 데뷔가 난망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 출범 이후에도 태극마크는 닿을 듯 닿지 않았다. 명단 발표 때마다 번번이 고배를 마시거나 예비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기다림의 끝은 달콤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라오스-레바논과의 2연전을 앞두고 권순태의 이름을 포함했다. 라오스전은 기회의 무대였다. 김승규를 따돌리고 골문을 차지하며 A매치 데뷔전의 기회를 잡았다. 
외로웠다. 상대는 한국 보다 랭킹이 117계단이나 낮은 라오스였다. 라오스는 공격수 시티데트 칸타웡을 제외하곤 골키퍼를 포함해 10명이 텐백을 형성했다. 한국은 시종일관 라오스 진영에서 볼을 돌리며 골을 노렸다. 
이 때문에 권순태가 볼을 잡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한국이 전반에만 3골을 넣고 달아나자 라오스는 잔뜩 웅크리기에 급급했다. 권순태는 후방에서 동료들의 골 세리머니를 보며 기쁨을 나누는 데 만족해야 했다.
한없이 외로워서 더 아쉬웠던 권순태의 A매치 데뷔전이다. 참 오래도록 기다렸던 무대다. 인고의 세월 끝에 처음으로 찾아온 천재일우의 기회였다. 하지만 주어진 무대가 조명을 받기에는 상대가 턱없이 약했다.
권순태로서는 기쁨과 아쉬움이 교차했을 한 판이었다./dolyng@osen.co.kr
화성=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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