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는 올해 외국인 선수 복이 없다. 잭 루츠와 유네스키 마야가 짐을 쌌고, 더스틴 니퍼트는 부상으로 시즌의 절반 이상을 1군 엔트리 밖에서 보냈다.
대체 선수들도 아직까지 크게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앤서니 스와잭은 4승 3패, 평균자책점 4.92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8월부터 피칭이 개선된 점은 위안거리다. 그러나 데이빈슨 로메로는 66경기에서 타율 2할5푼4리, 10홈런 45타점으로 타선의 반전카드가 되지 못하고 있고, 오히려 토종 중심타자들에 비해 무게감이 없다.
로메로가 풀리지 않는다고 판단한 김태형 감독은 4번에 있던 그를 6, 7번으로 이동시켰다. 급기야 최근 2경기에서는 선발 제외시키기도 했다. 2일 잠실 SK전에는 결장했고, 3일 마산 NC전에는 교체 투입됐지만, 승부가 이미 기울어진 뒤 대타로 나와 볼넷 하나를 얻어냈을 뿐이다.

한국에서 경기 외적으로 문제를 일으켰던 많은 외국인 선수들 같은 유형은 아니다. 하지만 경기장에서 팀이 원하는 성과를 내지 못하는 점이 두산으로서는 고민이다. 김 감독도 지난 2일 잠실구장에서 SK와의 경기를 앞두고 "로메로는 착하다. 눈을 보면 참…"이라며 안타까움을 숨기지 못했다. 굳이 외국인 타자의 눈빛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배팅이 썩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눈망울부터가 정말 순박하다. 야구를 좀 더 잘 할 수 있는데…"라고 계속 이야기했다. "귀루할 때 슬라이딩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더니 그 다음부터 견제만 와도 슬라이딩을 하더라"라며 웃을 정도로 김 감독은 코칭스태프 지시에 잘 따르고 순수한 로메로의 성격을 칭찬했다.
그러면서 지난 2009년 팀에 몸담았던 좌완투수 후안 세데뇨를 떠올리기도 했다. "예전에 세데뇨도 그랬다. 까부는 성격인데 재계약만 해주면 마무리훈련부터 참가하겠다고 하더라"는 것이 김 감독의 설명이다. '육성형 외인'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기도 했던 세데뇨는 4승 7패 1홀드, 평균자책점 5.70의 성적을 남기고 한국을 떠났다. 세데뇨와 달리 로메로는 떠들썩한 성격은 아니지만 순수한 성격을 지녔다는 점은 비슷하기도 하다.
이미 외국인 교체카드 2장을 모두 사용한 두산은 로메로를 그대로 두고 쓰는 방법 외엔 뾰족한 수가 없다. 김 감독은 "외국인 선수들이 (빠지지 않고) 있었으면 올해 더 좋은 승부를 했을 수도 있지만 빠지면서 덕분에 허경민이나 허준혁 같은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었다"라는 말로 새로운 선수들의 성장을 위안거리로 삼기도 했다.
팀에 융화되지 못하고 성적도 나쁜 선수는 미워하거나 쫓아내면 그만이지만, 착한 로메로를 보는 김 감독의 마음은 복잡하다. 최근 계속해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마지막 희망까지 포기할 수는 없다. 김 감독은 "로메로가 알칸트라처럼 효과를 내줬으면 좋겠다. 준플레이오프에서 혼자 다 해주지 않았나"라며 기대감을 나타났다.
2003년 LG 유니폼을 입고 한국 무대에 데뷔한 이지 알칸트라는 2004년 마크 키퍼의 대체선수로 두산에 입단했다. 정규시즌 37경기에서 타율 2할3푼1리, 6홈런 25타점으로 뛰어나지 않았지만, KIA와의 준플레이오프 2경기에서 6타수 4안타 3홈런 6타점으로 맹활약해 팀을 플레이오프에 올려놓았던 추억의 외국인 타자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