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에 지명을 받더라도 1군 무대 한 번 밟아보지 못하고 2군에서 쓸쓸히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는 이들은 생각보다 ‘엄청나게’ 많다. 모든 유망주들이 ‘1군 진입’을 외치는 이유다. 그런데 그 1군 무대 첫 경기에서 첫 안타가 홈런이라면 이보다 더 기막힌 출발은 없을 것이다. SK 차세대 포수 이현석(23)이 그런 경험을 했다.
이현석은 3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서 생각보다 일찍 경기 출장 기회를 얻었다. 팀이 4회까지만 9점을 내주며 0-9로 끌려가자 SK 벤치는 다음 경기를 내다본 선수 운영을 하기 시작했다. 이현석도 5회부터 이재원을 대신해 마스크를 썼다. 감격적인 1군 첫 출장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7회 이날 호투하던 차우찬의 초구 빠른 공을 주저하지 않고 받아쳐 좌월 2점 홈런을 날렸다. 프로 첫 안타가 홈런이 되는 순간. KBO(한국야구위원회)에 의하면 이는 KBO 리그 역대 73번째 기록이자, SK에서는 2013년 조성우 이후 첫 기록이었다. 다만 73번의 기록에는 첫 시즌을 맞이하는 외국인 선수가 ‘신인’으로 분류되는 까닭에 이현석과 같은 순수 신인의 사례는 그다지 많지 않다. 어쨌든 흔치 않은 경험을 한 셈이었다.

팀은 2-14로 져 김이 샜지만 이현석은 경기 끝까지 SK 안방을 차지하며 값진 경험을 했다. 이현석은 경기 후 “점수차가 많이 났기 때문에 내일 경기의 분위기를 위해서라도 점수를 꼭 뽑고 싶었다. 안타나 홈런보다는 출루하는 데 중점을 뒀는데 운좋게 노리던 코스로 공이 들어와 홈런이 된 것 같다”고 첫 손맛 상황을 떠올렸다. 상대 투수였던 차우찬은 “이현석이 잘 친 공이었다”고 깨끗하게 승복했다.
동국대를 졸업한 이현석은 SK가 큰 기대를 거는 포수 유망주다. 대학 최고의 포수로 평가받았고 2015년 신인드래프트에서 SK의 1차 지명을 받았다. 포수 1차 지명이 흔하지 않다는 점에서 SK가 그에게 거는 기대를 실감할 수 있다. 당대 최고 포수 출신인 박경완 SK 육성총괄은 “요즘 아마추어 포수들은 기본기가 많이 떨어져 프로에 오면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현실에서 이현석은 1차에서 뽑힐 만한 가치가 있다”라고 말한다.
이현석은 오키나와 캠프에서도 선배들과 동행하며 남다른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올 시즌 초반은 운이 따르지 않았다. SK 퓨처스팀(2군)에서 초반 성적이 좋지 않았다. 때문에 김민식이나 허웅이 먼저 1군에 콜업되는 것을 지켜만 봐야 했다. 여기에 중반에는 부상까지 겹치며 한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컨디션이 좋아진 것은 후반기부터다. 얼마되지 않았다.
그러나 SK는 확대 엔트리 때 김민식 허웅 이윤재보다는 이현석을 먼저 콜업해 기대를 나타냈다. 향후 SK의 안방을 이끌어나갈 이현석에게 경험을 쌓게 해주겠다는 복안이다. 당장 정상호 이재원이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주전으로 나설 여건은 아니지만 대수비나 대타 등으로 남은 시즌 요긴하게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첫 출발은 평생 유쾌한 기억에 남을 정도로 상큼했다.
이현석은 목표에 대해 “남은 기간 동안 1군에서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하고 싶다. 난 어느 순간 경기에 투입될지 모르는 선수다. 때문에 항상 잘 준비할 것이다. 경기에 나서면 공격보다는 수비에서 실점을 최소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싶다”라고 소박한 포부를 밝혔다. 신인 선수들에게 1군 1경기는 엄청난 오답노트를 쌓을 수 있는 기회다. 이현석이 과제를 풀기 위한 본격적인 발걸음을 ‘기분 좋은 홈런’과 함께 내딛었다. /skullboy@osen.co.kr
SK 와이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