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0일의 공백은 없었다. LG 트윈스 베테랑 좌투수 봉중근(35)이 성공적인 선발투수 복귀전을 치렀다. 그동안 제구난조에 시달리던 모습은 찾기 힘들었고, 자신감 있게 계획대로 상대 타자들을 돌려세웠다.
봉중근은 4일 잠실 kt전에서 4이닝 동안 64개의 공을 던지며 3피안타(1피홈런) 2볼넷 4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애초에 투구수를 60개에서 70개 사이로 제한한 만큼, 투구수에 맞게 던진 후 마운드서 내려갔다.
안정감부터 달랐다. 이날 봉중근은 두 개의 볼넷을 범했으나, 마무리투수 때처럼 버리는 공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긴박한 상황에 등판하지 않은 만큼, 여유 있게 이닝을 먹어가는 모습이었다. 실투성 높은 패스트볼도 많지 않았고, 바깥으로 크게 빠져나가는 공도 없었다. 원하는 로케이션에 꾸준히 패스트볼을 꽂으며 내야 땅볼을 유도했다.

하이라이트는 3회초 2사 1, 2루에서 마르테를 잡는 장면이었다. 봉중근은 이전 타석에서도 마르테의 약점인 바깥쪽 낮은 코스를 공략, 4-6-3 병살타를 유도했는데, 두 번째 승부서도 약점을 파고 들었다. 바깥쪽 위주로 마르테의 배트를 유인하다가 4구 몸쪽 패스트볼로 볼카운트 B2S2를 만들었다. 그리고 다시 바깥쪽 꽉찬 패스트볼로 스탠딩 삼진을 유도해 위기를 넘겼다.
양상문 감독은 이날 경기에 앞서 봉중근의 선발투수 성공 조건을 ‘로케이션’으로 꼽았다. 봉중근의 커리어하이였던 2008시즌 양 감독은 LG 투수코치를 역임한 바 있다.
양 감독은 당시를 회상하며 “그 때도 중근이는 마음껏 145km 이상을 뿌리는 투수는 아니었다. 그런데 패스트볼의 제구가 참 잘 됐다. 로케이션이 참 좋았고, 필요할 때 몸쪽에 공을 넣을 줄 알았다”며 “최근에는 마무리투수로서 1점차 승부에 나오다보니 로케이션이 흔들렸을 수도 있다. 로케이션이 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오늘 보면 답이 나올 것이다”고 말했다. 봉중근은 2008시즌 28경기 186⅓이닝을 소화하며 11승 8패 평균자책점 2.66을 기록했었다.
봉중근은 선발 전환을 앞두고 2016시즌 목표를 ‘이닝이터’라 밝힌 바 있다. 올 시즌 마지막 세이브가 될 수 있는 지난 8월 21일 잠실 두산전을 마무리한 후 “내년에 선발투수로 뛰면 이닝이터가 되는 게 목표다. 매 경기 이닝을 최대한 많이 가져가고 퀄리티스타트를 하도록 노력할 것이다”며 “마무리투수를 했던 게 선발투수를 하는 데에도 도움을 많이 줄 것 같다. 아무래도 좀 더 여유 있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 마무리투수는 항상 긴박한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르는데, 이 경험이 선발투수가 돼서는 좋게 작용할 듯하다”고 자신감을 전했다.
봉중근은 올 시즌 마지막까지 5, 6일 간격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돈다. 앞으로의 선발 등판 결과도 좋다면, 봉중근은 2016시즌을 선발투수로 맞이할 것이다.
한편 이날 LG는 8-1로 kt에 승리, 4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 drjose7@osen.co.kr
잠실 = 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