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욕심이 난다".
두산 에이스 유희관(29)이 17승으로 다승 단독 1위에 등극했다. 꿈의 20승 달성에 대한 기대감도 점점 높이고 있다. 공이 느린 투수도 20승을 할 수 있다는 기적을 완성할 날이 가까워진다.
유희관은 4일 마산 NC전에서 6⅓이닝 5피안타 3볼넷 3탈삼진 1실점 역투로 시즌 17승째를 올렸다. NC 에릭 해커(16승)를 제치고 다승 단독 1위가 된 유희관은 2004년 게리 레스의 17승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두산 역대 좌완 최다승 타이 기록도 세웠다.

잔여 25경기가 남아있는 가운데 유희관은 6차례 정도 선발등판의 기회가 예상된다. 이 중 절반의 경기에서 승리투수가 되면 20승을 달성하게 된다. 2007년 두산 다니엘 리오스(22승), 2014년 넥센 앤디 밴헤켄(20승)이 20승 반열에 올랐으나 모두 외국인 투수였다. 마지막 토종 20승 투수는 1999년 현대 정민태(20승)이며 토종 선발 20승은 1995년 LG 이상훈(20승)이 마지막이다.
유희관은 "원래 목표는 윤석환 코치님이 기록한 토종 좌완 13승 기록을 깨는 것이었다. 이제는 두산 좌완을 통틀어 최다승이라 뜻 깊게 생각한다. 가문의 영광이다"고 웃은 뒤 20승 도전에 대한 속내도 밝혔다. 그 역시도 사람인지라 욕심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유희관은 "요즘 주위에서 너무 부추긴다. '네가 언제 이런 기회가 오겠냐. 배에 물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고 한다. 다승왕뿐만 아니라 골든글러브도 탈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말씀하셔서 생각이 바뀌었다. 조금씩 20승 욕심이 나고 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만약 유희관이 20승을 달성하게 된다면 KBO리그의 역사뿐만 아니라 시대의 변화를 상징하는 사건이 된다. 그는 "130km대 공으로 20승을 한다면 뿌듯할 것 같다. 150km 투수가 20승을 하면 당연하게 생각할 텐데 느린 공으로 20승하면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게 되는 것이다. 공 느린 투수들의 편견을 깰 수 있고, 경기운영능력과 제구력이 좋은 투수들이 각광받는 시대가 올 것이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평정심이 중요하다. 유희관은 "괜히 욕심을 크게 내면 역효과가 난다. 1경기, 1경기 열심히 하면 20승도 따라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요즘 많은 공을 던지고 있지만 체력적으로 문제없다. 우스갯소리로 공이 느리니까 200개를 던져도 무리 없을 것이라고 한다. 러닝을 많이 하고 있고, 트레이닝코치님들이 치료와 마사지를 잘해주셔 부상 없이 체력적으로 세이브가 잘된다"고 자신했다.
어느새 17승을 거두며 토종 최다 169⅔이닝을 던진 유희관이지만 매경기가 하나의 배움이자 깨달음이다. 이날 NC전에 그는 119개의 공을 던졌는데 7회 등판을 자진했다. 115개의 공을 던진 상태에서 강한 의지를 보였지만 결과적으로 안타 2개를 맞고 위기를 자초했다. 이에 대해 유희관은 "던지고 싶은 의지가 강했지만 혼자만의 욕심으로 팀에 위기 상황을 만들었다. 그런 것에 아쉬움과 배움이 있는 경기였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꾸준하게 진화하고 있는 유희관의 20승 도전, KBO 역사와 트렌드를 바꾸는 일대 혁명이 될 분위기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