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았다’ 김광현, 몸짓으로 전한 메시지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9.05 06: 04

상위권 전력으로 평가받던 팀은 8위까지 처진 상황이었다. 여기에 5연패였다. 좀처럼 풀리지 않는 경기에 선수단은 간절히 ‘영웅’을 바라고 있었다. 그리고 SK는 ‘영웅’이 마운드에 있었다. 위풍당당한 자세로 팀을 승리로 이끈 ‘에이스’ 김광현(27)이 그 주인공이었다. 김광현은 “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라는 메시지를 말이 아닌 몸짓으로 선수단에 전달하고 있었다.
김광현은 4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 선발로 나가 8이닝 동안 단 1실점으로 삼성 강타선을 막아내며 팀의 9-1 승리를 이끌었다. 전날 2-14로 참패하며 5연패에 빠진 SK를 수렁에서 건져 내는 맹활약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시즌 12승째. 김광현은 경기 후 “나 때문에 시작된 연패(8월 29일 kt전 난조를 의미)였는데 연패를 끊어서 기분이 좋다”라고 평소보다 훨씬 더 밝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올 시즌 넥센과 팀 타율 리그 1위를 다투고 있는 삼성은 자타가 공인하는 강타선이다. 아무리 삼성에 강한 김광현이었다고 해도 방심하는 순간 대량실점이 날 수 있다. 김광현도 경기 전 불안한 감이 있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그래서 더 공부를 많이 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힘으로 붙자고 생각했다”라고 이야기했다. 김광현의 말대로 이날 투구 패턴은 보이지 않는 큰 의미가 있었다.

힘있는 삼성 타선을 상대로 ‘힘 대결’을 청하는 것은 자살행위일 수도 있다. 그러나 김광현은 주저하지 않았다. 주무기인 슬라이더보다는 빠른 공으로 적극적인 승부를 걸었다. 1회는 상징적이었다. 선두 박한이와의 풀카운트 승부. 김광현은 바깥쪽 빠른 공으로 루킹삼진을 이끌어냈다. 베테랑 박한이의 예상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정면승부였다는 것이다. 박해민은 2S의 유리한 볼 카운트에서 유인구를 쓰지 않고 그대로 빠른 공으로 승부에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이는 다음 타자 나바로의 삼진 과정에서도 위력을 발휘했다. 역시 빠른 공 승부를 걸었고 나바로의 방망이는 헛돌았다.
이에 대해 김광현은 동료들에게 어떤 ‘표현’을 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이제야 후배들이 1군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상황인 김광현은 나이 서열로 봤을 때 아직도 중간보다 훨씬 아래다. 연패에 빠져 침체된 팀 덕아웃에서 목소리 높여 동료들을 이끌어나가기는 쉽지 않다. 김광현도 이를 인정한다. 그래서 그라운드에서 보여주기로 했다. 김광현은 “힘을 내서 끝까지 포기하지 말자는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런 마음을 마운드에서 보여주는 것이 나로서는 최고의 표현이라고 믿었다. 팀의 기세를 내주고 싶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실제 김광현은 피해가는 승부보다는 ‘붙어보자’라는 기백으로 이날 삼성 타선을 5피안타 1볼넷 6탈삼진 1실점으로 막아냈다. 이런 에이스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은 덕아웃의 자신감과 좋은 분위기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그 덕일까. SK 타선은 모처럼 폭발했다. 도망가야 할 때 결정적인 홈런 두 방(2회 브라운, 5회 김성현)이 나왔고 5회에는 모처럼 6득점의 빅이닝을 만들며 오래간만에 팬들 앞에서 활짝 웃을 수 있었다.
여전히 8위이기도 하지만 5위까지는 1.5경기다. 포기할 단계는 전혀 아니다. 김광현도 이를 강조한다. 그리고 4일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마운드에서 몸짓으로 이를 일깨우겠다는 각오다. 김광현은 “(kt전 패배 이후) 5일 동안 심리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이제는 개인적인 자존심이나 승리는 크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팀이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SK가 그토록 바라던 ‘그라운드 위의 리더’가 준 메시지는 1승 이상으로 소중했다. 김광현의 말대로, SK의 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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