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복귀’ 봉중근 반성과 약속, “내년에는 가을야구”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5.09.05 06: 04

LG 트윈스 베테랑 좌투수 봉중근(35)이 부진한 팀 성적에 대한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 덧붙여 앞으로 최선을 다해 선발진 진입 도전에 임할 것이며, 2016시즌 LG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데 보탬이 될 것을 다짐했다.
봉중근은 지난 4일 잠실 kt전에서 1570일 만에 선발 등판, 4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당초 설정해둔 투구수인 60개에서 70개 사이인 64개의 공을 던졌고, 불펜 등판 때보다 안정된 투구 내용을 보였다. 댄블랙에게 솔로포를 맞은 게 이날 경기 유일한 실점. 절묘한 완급조절과 로케이션을 자랑하며 선발투수로서 경쟁력을 증명했다.
물론 아직은 과정에 있다. 봉중근은 선발투수 전환을 위해 이제 막 첫 번째 발자국을 찍었다. 시즌 종료까지 5, 6일 간격으로 약 네 차례 더 선발 등판할 계획이다. 그러면서 매 경기 투구수와 이닝수를 늘려가려고 한다.

경기 후 봉중근은 “그동안 마무리투수를 하다가 4년 만에 선발투수로 돌아와서 우려하는 시선도 많았던 것 같다. 과연 갑자기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을까 의문을 품은 분들도 많았을 것이다”고 입을 열며 “일단 지금 몸 상태는 아무 이상이 없다. 던지는 내내 마음도 굉장히 편했다. 8월 타율 1위를 기록한 kt 타선을 상대했지만, 옛날 선발투수의 기분을 살리며 재미있게 투구했다”고 웃었다.    
봉중근은 2012시즌 자의반 타의반으로 마무리투수가 됐다. 2011년 여름 왼쪽팔꿈치인대접합 수술을 받았고, 이듬해 재활의 일환으로 불펜투수로 실전에 등판하며 투구수를 늘려갔다. 그런데 당시 마무리투수였던 레다메스 리즈가 고전했다. 리즈의 대안이었던 이동현과 우규민도 2012시즌 초반에는 정상 컨디션과 거리가 멀었다.
결국 당시 김기태 감독과 차명석 투수코치는 5월부터 봉중근을 마무리투수로 기용했다. 재활 과정에 있었던 만큼, 첫 한 달 동안은 연투에 제한을 뒀다. 100% 컨디션이 아니었음에도 봉중근은 순식간에 리그에서 가장 안정적인 마무리투수로 올라섰다. 마무리투수 데뷔 시즌에 40경기 38이닝을 소화하며 26세이브(1블론 세이브) 평균자책점 1.18으로 활약했다. 2002시즌 이상훈 이후 반복됐던 LG 마무리투수 잔혹사에 마침표가 찍힌 것이다.
2013시즌에도 봉중근의 고공행진은 이어졌다. 55경기 61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1.33 38세이브(3블론세이브)를 기록했고, LG는 11년 만의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하지만 2014시즌 기형적인 타고투저 현상과 함께 주춤했고, 마무리투수로서 한계를 느꼈다. 그러면서 봉중근은 지난겨울 코칭스태프에 선발투수 전환을 요청한 바 있다. 차명석 수석코치의 설득으로 한 해 더 마무리투수로 뛰기로 했으나, 가슴속 한 편에는 선발투수를 향한 의지가 남아있었다.
무엇보다 연봉협상 과정이 봉중근을 괴롭혔다. 2014시즌 봉중근은 리그에서 30세이브 이상을 올린 세 명의 투수 중 가장 평균자책점이 낮았다. 30세이브(6블론세이브) 평균자책점 2.90으로 임창용(31세이브 9블론세이브 평균자책점 5.84), 손승락(32세이브 6블론세이브 평균자책점 4.33)보다 결코 뒤지지 않는 활약을 했다. 블론세이브 숫자도 이들보다 적으면 적지 많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프런트는 봉중근에게 연봉 인상이 아닌 동결 판정을 내렸다. 3년 연속 리그 정상급 마무리투수로 활약했고, 2년 연속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것을 감안하면 이해하기 힘든 결정이었다. 고위관계자는 협상 테이블에서 봉중근에게 “우리가 잡아놓은 기준대로라면 연봉이 삭감되어야 한다. 하지만 리그에서 가장 비슷한 활약을 펼친 선수로 NC 김진성을 염두에 뒀다. 그러면서 연봉 동결 판정을 내리기로 했다”는 납득하기 힘든 이야기를 했다.
봉중근은 강수를 뒀다. 구단에서 이해할 수 있는 연봉을 제시하기 전까지는 스프링캠프에 참가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실제로 2015년 1월 16일 미국 애리조나 캠프 출발일 인천공항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나 봉중근의 반란은 오래가지 못했다. 봉중근은 양상문 감독과 팀 동료들을 생각했고, 시즌 준비에 차질이 생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구단의 동결 판정을 받아들였다. 3일 후 애리조나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봉중근은 당시를 돌아보며 “늦게 합류한 만큼, 나도 모르게 위축된 상태로 스프링캠프를 보냈다. 불펜 투구도 늦게 시작했다. 이전 캠프까지는 투수조에 선배님들이 계셨는데, 이번에는 내가 최고참이었다. 최고참으로서 창피한 짓을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컨디션을 올리는 것도 순조롭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2015시즌 시작부터 봉중근은 흔들렸고, LG도 치고 올라가지 못했다. 봉중근은 개막 2연전 두 번째 경기서 끝내기 홈런을 맞은 것을 시작으로, 4월 한 달 동안 등판한 대부분의 경기서 대량 실점했다. LG는 4월 29일부터 5월 6일까지 7연패 늪에 빠졌고, 그대로 5할 승률과 멀어졌다. 봉중근은 “시즌 초반 나 때문에 팀이 부진했고, 불펜진에도 과부하가 왔다. 선수단과 팬들에게 너무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봉중근은 마무리투수로서 자신감을 잃었고, 시즌 내내 양상문 감독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양 감독은 봉중근, 그리고 트레이너와 세 차례 면담 끝에 지난 8월 23일 봉중근의 선발투수 전향을 결정했다. 물론 조건이 붙었다. 양 감독은 “중근이가 선발투수를 하기로 결심한 만큼, 다시 불펜투수로 돌아올 수 없다는 확답을 받았다”고 밝혔다.
실패하면 갈 곳이 없어진 상황. 봉중근은 다시 선발투수로 태어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간다. 봉중근은 “오는 12월에는 예전처럼 사이판에 갈 계획이다. 작년에는 유연성을 향상시킬 수 있을까 싶어 일본에 갔는데, 오히려 8년 동안 쌓아놓은 내 루틴만 무너졌다. 스프링캠프에 들어가자마자 공을 던질 수 있는 몸 상태를 만들어 놓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팀 젊은 선발투수들과 경쟁에서 이기려면 어쩔 수 없다. 캠프 시작부터 뛰어난 컨디션을 증명해야 한다”며 “감독님께서도 나를 5선발 경쟁을 하는 투수 중 한 명으로 여기실 것이라 말하셨다. 2016시즌 우리 팀의 5선발투수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내년 목표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봉중근은 “예전에 내가 선발투수를 했을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지금은 선발진이 당시와는 비교도 안 되게 좋다. 외국인투수 2명에 (우)규민이와 (류)제국이가 있어 선발진이 든든하다. 선발진 마지막 한 자리를 제외하면 빈틈이 없다”며 “내 목표는 5선발투수다. 팀의 마지막 선발투수로서 1, 2 선발투수가 무리하지 않도록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하겠다. 내년 목표는 선발진 총합 50승이 될 것 같다. 그러면 충분히 다시 포스트시즌에 진출할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drjose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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