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최고투’ 김영민, 넥센 기다림 부응하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9.05 19: 47

좀처럼 가능성을 터뜨리지 못하며 팀의 애를 태웠던 김영민(28, 넥센)이 기다림의 가치가 있음을 증명했다. 데뷔 후 최고투를 펼치며 곳곳에 구멍이 나 있는 넥센 선발진의 새 희망으로 떠올랐다.
김영민은 5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9이닝 동안 5피안타 2사사구 3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생애 첫 완봉승을 기록했다. 김영민의 올 시즌 네 번째 승리이자 첫 선발승. 김영민은 SK전 4연승의 신바람을 낸 것과 동시에 2013년 8월 10일 목동 한화전 이후 756일 만에 감격적인 선발승을 맛봤다. 넥센 역사상 완봉승을 기록한 토종 선수는 장원삼(현 삼성, 2회) 금민철 이후 김영민이 세 번째다.
2006년 현대의 2차 2라운드(전체 16순위) 지명을 받은 김영민은 그간 넥센이 기대를 걸어온 자원이었다. 우완 정통파로서 150㎞ 이상의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다는 장점은 어마어마한 매력이었다. 그러나 성장 속도는 기대보다 더뎠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계속 기대주로 손꼽혔으나 3년 연속 5승에 그쳤다.

하지만 염경엽 감독은 김영민의 잠재력을 끝까지 잡고 있었다. 두 번의 창단팀 20인 외 드래프트 때 김영민을 지키는 등 언젠가는 넥센 마운드에서 중책을 맡을 것이라는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 그리고 최근 한현희가 선발에서 불펜으로 보직을 변경하는 등 선발진에 빈자리가 생기자 김영민에게 다시 기회를 줬다. 비록 투구수가 아직 완벽하게 만들어지지 않아 승리투수 요건은 챙기지 못했으나 염 감독은 “내용은 좋다”라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런 김영민은 이날 자신의 진가를 선보였다. 최고 153㎞에 이른 빠른 공으로 SK 타선을 윽박질렀다. 삼진을 잡는 투구보다는 맞혀 잡는 피칭으로 노련하게 투구수를 관리했다. 당초 “5이닝, 80개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는 것이 염 감독의 기준선이었지만 김영민은 7회까지 병살타 및 더블 아웃 플레이를 4번이나 만들어내며 72개로 버텼다. 팀 타선도 6회까지 7점을 지원하며 김영민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데뷔 이후 7이닝 경기가 네 차례 있었던 김영민은 그런 투구수 관리 속에 8회까지 내달렸다. 그리고 9회에도 이명기 박윤을 삼진으로 잡아내며 3루측 관중석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이끌어냈다. 결국 김영민은 마지막 아웃카운트까지 처리하고 완봉승을 완성했다. 마지막에는 안경이 흘러내릴 정도로 혼신의 역투를 펼쳤다.
1회를 땅볼 하나와 뜬공 하나로 가볍게 넘긴 김영민은 2·3회 위기를 잘 넘기며 순항을 이어갔다. 2회 선두 정의윤에게 우중간에 뚝 떨어지는 안타를 허용한 김영민은 박정권을 유격수 방면 병살타로 요리했다. 브라운의 유격수 옆 내야안타 때 유격수 김하성의 송구 실책이 나오며 안전진루로 2사 2루가 됐으나 이번에는 김강민을 헛스윙 삼진으로 요리하고 불을 껐다. 타선도 3회 연속 5안타로 4점을 내며 김영민을 확실하게 지원했다.
3회에는 1사 후 박계현 이명기에게 연속 안타를 맞았지만 김성현의 유격수 직선타 때 미처 귀루하지 못한 2루 주자 박계현까지 잡아내며 순식간에 또 위기를 넘겼다. 기세를 탄 김영민은 4회 선두 이재원에게 볼넷을 허용했지만 이후 2사 1,2루에서 브라운을 병살타로 잡아냈고 5회는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정리하며 승리투수 요건을 갖췄다.
6회에는 1사 후 김성현의 1루수 땅볼 때 자신의 베이스커버 실책으로 주자를 내보냈지만 이재원을 3루수 방면 병살타로 잡아내고 또 한 번 위기를 넘겼다. 김영민은 7회와 8회는 모두 삼자범퇴로 정리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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