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경기 나가는 게 소중하다”.
kt 위즈 내야수 김영환(22)은 신일고등학교 재학 시절 2013 신인 드래프트서 삼성 라이온즈의 2라운드(전체 11순위) 지명을 받고 프로에 입단했다. 지명 순위에서 볼 수 있듯이 눈에 띄는 유망주였다. 타격 재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삼성의 높은 1군 벽을 뚫지 못하고 1년 만에 2차 드래프트를 통해 kt로 이적했다.
kt 이적은 김영환에게 큰 기회였다. 우승을 다투는 삼성에 비해 선수층이 훨씬 얇기 때문이다.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선 주전 유격수로 나섰지만 부사이 발목을 잡았다. 팔꿈치, 어깨 부상 등으로 많은 경기를 뛰지 못했다. 하지만 보강 훈련에 중점을 둔 후 다시 1군 무대 경쟁에 뛰어들었다. 실제로 김영환은 김선민, 이지찬, 한윤섭 등과 함께 스프링캠프 때부터 내야 백업 요원으로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시작은 퓨처스리그였다. 5월 26일, 그리고 7월 10일 두 번 1군 콜업을 받았다. 그러나 두 번 모두 3일 만에 퓨처스리그로 내려갔다. 이후 7월 28일 다시 1군 기회를 받았고 현재까지 엔트리에 남아있다. 그만큼 서서히 1군에서 기회를 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김영환은 이번 엔트리 등록 후 24경기서 타율 3할3푼3리(21타수 7안타) 1홈런 6타점으로 쏠쏠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원래 장점이었던 타격에서 좋은 모습이다.
5일 수원 NC전에선 7번 2루수로 선발 출전해 첫 타석에서 적시타를 날리더니 두 번째 타석에선 투런 홈런으로 데뷔 후 첫 홈런을 장식했다. 3번째 타석까지 안타를 만들어내며 4타수 3안타(1홈런) 3타점 2득점의 맹활약을 펼쳤다. 왼쪽 무릎 통증으로 빠진 주전 2루수 박경수의 공백을 완벽히 메웠다. 김영환은 이날 경기 후 “홈경기에서 홈런을 쳐 팬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기분이 좋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킨 것이 가장 뿌듯했다. 김영환은 타격보다는 수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타석에 편안하게 들어선 것이 오히려 적중했다. 그는 “자신감보다는 오늘 경기에 나가면서 수비에 신경을 썼다. 타격에선 편한 마음으로 이숭용 코치님 조언대로만 했다”라고 답했다.
현재는 백업 선수이기에 벤치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다. 젊은 선수들에게는 누구나 비슷한 상황. 김영환은 “감독님이 기용해주시는 것에 감사하다. 벤치에 앉아있으면서도 많이 보고 배운다. 그 덕분에 경기에 나가서 잘 할 수 있는 것 같다”면서 “특히 박경수 선배님, 박기혁 선배님이 연습하시는 걸 많이 보고 배운다. 김민재 수비 코치님도 많이 도와주신다”라고 전했다.
이날 경기에선 호흡을 많이 맞췄던 유격수 김선민과 함께 선발 출전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김선민 역시 삼성 출신으로 이전부터 둘은 막역한 사이. 김영환은 “선민이형이 긴장하지 말라고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같이 키스톤 콤비를 이뤄서 기쁘다. 경기 전부터 둘이 신났다. 서로 ‘오늘 경기 하고 2군 내려간다는 생각으로 자신 있게 하자’고 서로 이야기했다”라고 말했다.
김영환이 타석에서 보여준 재능은 확실했다. 당장 주전으로 나설 순 없지만 미래 내야 기대주로 꼽히고 있다. 그만큼 올 시즌 부여받고 있는 기회가 소중하다. 김영환은 “올해는 1경기씩 출전 횟수를 늘려가고 싶다. 지금은 1경기, 1경기 나가는 게 소중하다”며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올 시즌 kt가 가장 고민했던 부분 중 하나는 주전과 백업 선수들의 격차. 그러나 후반기 백업 선수들의 분전은 kt의 거침없는 상승세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김영환 역시 그 상승세의 중심에 있다. /krsumi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