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팀워크인 듯하다".
한화는 선발과 구원 보직 구분이 무의미한 총력전으로 마운드를 운용한다. 지난 5일 대전 두산전에서 구원으로 던지던 송창식이 선발로 나와 7이닝을 던지고, 선발 안영명이 마지막 2이닝을 책임지는 운용으로 3연패 늪에서 탈출했다. 안영명은 6-1로 리드한 8회 등판해서 9-1이 된 9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안영명은 지난 4월9일 대전 LG전 이후 149일 만에 선발이 아닌 구원으로 나왔다. 선발 로테이션 순서대로라면 6일 두산전 선발 차례였지만, 연패 탈출을 위해 구원으로 깜짝 투입됐다. 8회 5점차, 9회 8점차 큰 점수차로 앞서있었지만 안영명이 마지막 2이닝을 끝까지 던졌다. 다음날 선발은 김민우로 바뀌었다.

안영명은 "지금의 우리 팀은 매경기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다음날 선발투수도 전날 경기에 일단 대기한다. 오늘(5일)도 6회 불펜에 연락이 와서 등판을 준비하게 됐다. 팔 상태가 괜찮았기에 문제없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10승이 걸린 선발등판이 뒤로 미뤄졌지만 안영명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는 "오랜만에 구원으로 나오다 보니 작년 생각이 났다. 마운드에서 충분히 즐겼던 것 같다. 스코어가 9-1이 된 후에도 긴장을 풀지 않으려 했다. 감독님이 타자를 잡으라고 마운드에 올리신 만큼 집중했다"며 "팀을 위해서는 어떠한 상황에도 등판해야 한다. 이게 팀워크인 듯하다"고 강조했다.
안영명은 올해 구원으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선발진이 무너진 4월 중순부터 로테이션에 들어왔다. 어깨 통증으로 열흘간 잠시 엔트리 빠진 것을 제외하면 꾸준하게 자리를 지키며 팀 내 최다 9승을 올렸다. 선발로 차곡차곡 쌓은 9승이라 10승에 대한 욕심이 클 법도 하지만 개인적인 욕심은 내려놓았다.
안영명은 4월 월간 MVP를 차지했을 때에도 "개인적인 승리는 중요하지 않다. 지금 당장 불펜으로 가라도 해도 좋다"며 오로지 팀에 먼저 포커스를 맞췄다. 그래서 이날 갑작스런 구원등판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안타 2개와 볼넷 2개를 줬지만 뛰어난 위기관리능력으로 실점 없이 2이닝을 무실점으로 끝냈다.
한화는 롯데와 공동 5위에 랭크돼 있으며 7위 KIA와도 승차가 없다. 치열한 5위 싸움으로 마운드는 비상체제로 운용되고 있다. 이날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선발과 구원을 오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10승에 대한 욕심이 클 법도 하지만 안영명은 팀을 위해 어떠한 위치든 가리지 않을 각오다. 가을야구를 향한 한화 선수들의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waw@osen.co.kr